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25>혁신놀이터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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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 계산 방법은 어렵지 않다. 고객에게 '친구나 동료에게 저희 기업을 추천할 의향이 얼마나 있습니까'라고 묻고, 0점에서 10점 사이로 평가 받는다. 9점이나 10점은 추천 고객(Promoters), 0점에서 6점 사이로 응답한 고객은 비추천 고객(Detractors)으로 분류한다. 7점과 8점을 준 고객은 좀 아쉽지만 적극적이지 않은 고객(Passives)으로 남겨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쯤이면 계산 준비는 마쳤다. 전체 응답자 중 추천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을 구한 후 이것에서 비추천 고객 비중을 빼면 된다. 2003년 프레데릭 라이히헬드가 성공을 예측하는 단 하나의 수치로 불렀던 것이 이것이다.

'혁신가 가설(Innovator's Hypothesis)' 저자 마이클 슈리지는 질문을 하나 던진다. 당신에게 혁신제품이 있다면 어떻게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상식은 광고나 고객 추천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광고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혁신제품이란 대개 소비자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드보락 자판기가 인체공학적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쿼티(QWERTY) 자판기를 대체하지 못했다. 드보락 자판기가 카네기재단 지원까지 받아 고안된 점도 별반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고객 추천이 만만한 것도 아니다. 실상 추천받은 고객 8% 정도만 수익성 있는 고객이다. 고객을 추천받는데 들어간 프로모션 비용에 운영 비용까지 고려하면 그다지 남는 장사라 할 수 없다. 브랜드 경영학자 비 쿠마르가 '의도가 좋다고 결과도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 탓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슈리지는 MIT 미디어랩을 참고해 보자고 한다.

미디어랩에는 한 가지 불문율이 있다. '보여주거나 사라지거나'다. 혁신창업 공간이기도 한 이곳에서 입이 떡 벌어지는 뭔가를 내놓지 못하면 후원금을 모을 수 없다. 마술 같은 수준의 이른 바 쇼앤드텔(Show-and-Tell)이 흥행 필수다.

그런데 여기에도 다른 방식이 하나 있긴 하다. 마술쇼 대신 놀이터를 만드는 방법이다. 마술쇼가 입 딱 벌어지게 해 지갑을 열게 하는 방법이라면 놀이터는 '이런 게 있는데 쓸모 있는지 한 번 봐요'라는 식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고객 역할도 좀 다르다. 관객 대신 놀이꾼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놀라운 차이점이 있다. 고객에게 내 아이디어를 파는 대신 고객이 나서 자기 생각을 다른 고객에게 묻고 말 걸고 심지어 개발자에게 제안해 오게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IBM은 쇼앤드텔에 가깝다. 이런 엄청난 것이 있으니 써보라 한다. 반면에 구글은 놀이터다. 온갖 프로그램을 베타버전이라 이름 붙여 갖고 놀게 한다. 이케아는 구글에 더 가깝다. 가구를 조립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은 수많은 고객으로 유튜브가 놀이터가 된다.

힐러리 힌튼 지글러는 세일즈맨십 창시자로 불린다. 지그(Zig)란 애칭으로 불린 그보다 제품 장점을 잘 포장하고 설명할 사람은 별로 없다.

이제 한번 상상해 보자. 지금 내게 진정한 혁신제품이 있다면 어떻게 할지, 지글러에게 마술쇼 같은 세일즈 스피치를 부탁할지 아니면 그것으로 고객 놀이터를 만들어 볼지, 선택은 우리 몫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