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국외반출 포기?

지도 국외반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구글지도에서 내비게이션 기능을 쓸 수 없다.
지도 국외반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구글지도에서 내비게이션 기능을 쓸 수 없다.

구글이 국내에 출시하는 안드로이드 오토에 구글지도 대신 카카오내비를 탑재하면서 지도 반출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10일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구글은 2016년 지도 반출 논란 이후 지금까지 정부 측에 지도 반출을 요구하지 않았다.

정부 부처 간 협의체인 '공간정보 국외반출 협의체'도 이때 이후로 열리지 않았다. 협의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국가정보원 등 정부부처로 구성되며, 국토지리정보원이 간사를 맡는다. 예외적으로 지도 정보 반출 여부를 결정하는 전원 합의체다. 2년 전 구글 지도 반출을 불허한 곳이다. 구글 위성영상을 정밀 지도에 덧씌우면 국가 주요시설 정밀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당시 정부가 제작·배포한 전자지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 반출을 요청했다. 해외 업체에 제공되는 2만5000분의 1 축척 지도로는 국내 업체가 제공하는 5000분의 1 지도 기반 서비스와 대등하게 경쟁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당시 정부는 구글이 촬영한 위성영상에서 국가 주요시설을 지우면 국외반출을 돕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당시 정부는 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지도 국외반출을 도우려 했지만 구글이 특정 국가만 보안처리를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면서 “정부가 법까지 어기면서 해외업체를 도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12일 발표하는 '안드로이드 오토'에 구글지도 대신 카카오내비를 탑재한 것도 지도반출을 포기했다는 추측에 힘을 싣는다. 국내 서비스인 카카오내비로 걸림돌이던 지도반출 문제를 풀어낸 것이다.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한 지 3년 만이다.

구글은 카카오모빌리티, 현대기아자동차와 협력해 기아 비트 360에서 안드로이드 오토를 선보일 예정이다. 운전자가 구글 어시스턴트에 가려는 장소를 말하면 구글지도가 아닌 카카오내비가 작동해 길을 안내해주는 방식이다.

구글이 지도 국외반출 대신 카카오와 협력을 택한 이유는 주요 서비스 출시시기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애플 카플레이보다 늦었지만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80% 이상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사용한다는 점도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국내 서비스 제휴 확대도 예상된다. 구글이 자율주행 시장까지 노리려면 축척 1대5000 지도보다 정밀한 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에는 외국 업체가 국내서 지도를 제작하려면 허가를 받거나 국내 업체와 제휴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현재 내비게이션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구글지도에 카카오내비를 연동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 카플레이를 시작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이 잇달아 인공지능(AI) 기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지만 관련 시장은 블루오션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무기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