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넷플릭스, 시작은 작지만···결코 작지 않을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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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넷플릭스, 시작은 작지만···결코 작지 않을 '후폭풍'

글로벌 미디어 공룡으로 급성장한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간 8조원 이상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기업과 경쟁이 가능하겠느냐는 우울한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용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무조건 진입장벽을 높여선 안 되지만 공정 경쟁을 위한 방송 정책 개편과 망 이용대가 협상력 강화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디어 공룡 성장···한국 공략 '성큼'

넷플릭스는 단기간에 전통 미디어를 제치고 정상에 우뚝 섰다. '파괴적 혁신'도 지속하고 있다.

2007년 이후 10여년 만에 글로벌 유료 가입자 1억2500만명, 시가총액 1680억달러(186조원)를 달성했다. 이는 디즈니보다 높은 시장가치다.

넷플릭스 경쟁력 원천은 연간 80억달러(8조8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콘텐츠 투자비다. 연간 영화 80개, TV프로그램 700개 이상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

콘텐츠 제작비 상승을 유도, 경쟁사 추격을 뿌리치는 전략도 구사한다. 고객 취향을 2000개로 구분하는 초정밀 빅데이터 분석 기법은 전통 미디어 기업이 흉내조차 내지 못한다.

넷플릭스는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 시장도 장악하고 있다. 넷플릭스 누적 채무가 85억달러에 달하지만 '승자독식'을 겨눈 채 무자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콘텐츠 제작과 구매, 배급을 수직계열화하고 저렴한 가격에 글로벌 유통하는 넷플릭스를 일컬어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넷플릭소노믹스(Netflix+Economics)'로 명명했다.

넷플릭스에 위세에 놀란 미국 통신·방송 사업자는 인수합병(M&A)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추격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넷플릭스는 신규 가입자 유치와 오리지널 콘텐츠 발굴을 위해 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 통신·방송 '태풍 속으로'

넷플릭스 상륙을 보는 시각은 '공포'에 가깝다. 유료방송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콘텐츠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OTT 이용률은 36.3%로 유료방송 가입률 91%와 비교해 높지 않은 편이다.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는 35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산업을 바꿀 것으로 보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새로운 세대' 등장이다.

지난해 연령별 OTT 이용률은 10대 58.4%, 20대 62.8%, 30대 50.9%에 달했다. 40대 이상은 20~30%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현재 10~30대는 앞으로 TV보다 OTT를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청년층 TV 시청시간은 지속 감소 중이다.

전국망을 갖춘 유료방송 사업자와 제휴해 TV에 진입하면 파괴력이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 도입 협상 중이다. 황성연 닐슨코리아 박사는 “넷플릭스가 TV로 들어오면 무서워진다”면서 “간식이 주식이 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면 VoD와 방송광고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사업자 주 수입원이 잠식당하는 것이다. 2015년 4%에 불과하던 온라인(모바일 포함) 동영상 광고 비중은 지난해 14%까지 성장했다.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보다 클 것이란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로컬 콘텐츠 글로벌화' 전략에 따라 한국 등 아시아 지역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초반에는 후한 값을 쳐주는 넷플릭스가 반가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산업 종속을 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유통을 담당하되 독점권을 요구, '2차 판권' 시장을 파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통신사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는 망 무임승차를 우려한다. 망 이용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막대한 트래픽 부담을 짊어진다는 것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망 무임승차는 네트워크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면서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는 토종 인터넷 기업 발전을 가로막는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영향 과장···이용자 선택권도 중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넷플릭스 영향력이 과장됐다는 것이다. 이유는 유료방송 저가구조다.

미국은 유료방송이 비싸 넷플릭스 돌풍이 가능했다. 미국 유료방송 가격은 월 77달러(약 8만5000원)에 이른다. 넷플릭스(10달러)와 약 8배 차이가 난다. 유료방송 이탈(코드커팅) 유인이 클 수 밖에 없다.

반면에 국내 유료방송 월평균 요금은 9달러에 불과하다. 코드커팅이 일어나기 쉽지 않다. 일본 넷플릭스 점유율이 10% 정도에 그친 것도 국내 '미풍'을 점치는 근거 중 하나다.

산업 보호가 중요하지만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 드라마와 영화를 즐기는 이용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우 연세대 교수는 “이용자는 좋은 것을 선택한다. 기술 발전과 소비자 선택은 막을 수 없다”면서 “기존 사업자 보호보다 이용자 선택을 막지 않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를 환영하는 분야도 있다. 콘텐츠 제작자다. 제작자는 콘텐츠를 구매하는 회사가 등장하는 셈이다. 수요가 늘어 콘텐츠 가격을 제대로 받는다면 제작자는 나쁠 게 없다. 화제작 '미스터 션샤인'은 비용 부담 탓에 지상파가 제작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에 기회가 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싼 작품'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 욕구'를 높이는 데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한 넷플릭스를 통해 한류 콘텐츠 확산 기회가 된다.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확보하면서 매출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상원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유료방송 시장이 정체”라면서 “넷플릭스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필요성도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제기된다. 넷플릭스 등 OTT는 법 지위가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 별다른 사전 규제를 받지 않는다. 유료 가입자 모델이란 점에서 기존 유료방송과 경쟁관계다.

문제는 유료방송이 방송법이나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 규제를 강하게 받는다는 점이다. 형평성이 맞지 않는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많다.

OTT를 종류에 따라 명확히 정의하고 유료방송과 동일한 서비스에 대해 방송법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망 중립성 정책을 개편하는 등 글로벌 OTT 망 이용대가 문제를 해결할 특단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도 특집 기사에서 넷플릭스가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망 중립성 원칙 약화'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유료방송 대체성을 검증하기 위해 OTT 사업자 자료제출을 의무화하고 대체성이 인정되면 유료방송에 준하는 규제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OTT 사업자가 국내 사업자와 차별 없는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