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AI 의료기기 '개점휴업'…AI 육성 헛구호

10일 서울 강남구 의료기기 기업 뷰노에서 관계자가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의료기기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점검하고 있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대상·비급여대상 여부 확인절차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10일 서울 강남구 의료기기 기업 뷰노에서 관계자가 국내 최초 인공지능(AI) 의료기기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점검하고 있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대상·비급여대상 여부 확인절차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국내 1호 인공지능(AI) 의료기기가 '개점휴업' 상태다. 의료기기 허가 외에도 기존에 없던 기술이라는 이유로 '신의료기술평가'까지 받아야 보험수가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신기술'이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1년 가까이 걸리는 평가를 거치면서 '구식'으로 전락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AI 기반 의료영상분석 소프트웨어(SW)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두 달째 판매를 하지 못했다. 수가 적용이 안 돼 본격 영업을 못했기 떄문이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AI로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뼈 나이를 알려준다. 성조숙증이나 저성장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2등급 허가를 받았다.

출시 전부터 국내 첫 AI 의료기기로 주목 받았다. 대형병원, 아동병원 등 수십개 병원과 사전 공급을 논의했다. 허가와 동시에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신의료기술평가가 발목을 잡았다. 신의료기술평가는 기존에 없던 기술을 적용한 의료기기에 대해 안정성, 유효성을 평가한다. 국내 첫 AI 의료기기인 만큼 이 평가를 받아야 보험수가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뷰노메드 본에이지 솔루션
뷰노메드 본에이지 솔루션

문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는 데만 10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2007년 첫 시행 후 현재까지 인정받은 의료기기는 전체 신청건수 절반이 안 된다.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으면 정부 지원 없이 의료기관이 자체 예산으로 도입해야 한다.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적지 않은 예산을 AI에 투자할 병원은 많지 않다.

김현준 뷰노 전략총괄이사는 “정부 지원(수가)이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AI가 진단을 잘 도와준다고 해도 병원이 자체 예산으로 도입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서 급여, 비급여가 확정되면 시장이 열리지만 1년 가까이 걸리는 평가기간을 기다리는 것은 위험요소가 크다”고 말했다.

뷰노는 신의료기술평가를 진행하되 수가 적용을 받지 않고 우선 판매할 예정이다. 수가에 의존해 시장 진입을 늦추다가는 국내외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가격을 절충해서라도 구매를 원하는 병원에 한해 판매한다. 동남아, 인도 등 해외시장도 겨냥한다. 국내 레퍼런스 확보 후 해외 진출을 계획했지만 전략을 바꿨다.

신의료기술평가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기간이 길고 복잡한 평가 방법으로 신기술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다. 기존에 없던 기술임에도 평가 방식은 '근거 중심'에 치우쳐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4월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대한 AI 의료기기를 처음으로 승인했다. FDA는 AI 의료기기, 디지털헬스케어 솔루션 등을 혁신형 의료기기로 지정, 신속한 시장진입을 지원한다. 우리 정부는 작년 세계 최초 빅데이터·AI 이용 의료기기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발간하며 신속한 시장 진입을 약속했다. 정작 시장 진입에 가장 중요한 '수가' 부분은 논의조차 안했다. 하반기 AI 의료기기 허가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관련 이슈는 확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AI 의료기기 허가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수가 적용 논의가 부족했다”면서 “이번 사례를 참고로 최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