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CO, 옥석은 가리자

'암호화폐 공개(ICO)'가 세계적으로 열풍이다. 국내에서도 해외로 우회해 ICO를 시도하는 업체가 크게 늘었다. 일각에서는 'ICO 붐'을 거론하며 국내도 법 테두리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당분간 허용여부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법과 제도와 무관하게 ICO는 스타트업 자금조달 창구로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ICO는 기존 주식공개(IPO)와 비교해 장점이 많다. 모금에서 운영까지 너무 간편하다.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자금조달 형태다. 인터넷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코인이나 토큰과 같은 상품을 대신 지급한다. 벤처투자회사(VC)나 증권사·은행을 거치지 않아 중간수수료를 낼 필요도 없다. 모집창구로 인터넷을 활용해 소액투자도 가능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권리 양도 절차도 복잡하지 않다. 무엇보다 수익률이 좋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화폐가치에 따라 단박에 대박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어두운 면도 봐야한다. 시류에 편승한 '묻지마 ICO'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인을 현혹해 ICO를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 암호화폐가 워낙 전문 영역이어서 이를 악용해 개발 로드맵인 백서만 요란했지 중간에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블룸버그통신은 ICO추진업체 중 절반 이상이 4개월 내에 사라진다고 보도했다. 보스턴칼리지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44.2%만이 ICO가 끝나고 120일 이후에도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앞서 ICO추적사이트 '데드코인'은 지금까지 1000여개가 넘는 암호화폐가 사망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ICO도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암호화폐가 시장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지만 검증시스템이 부재하다. 투자자가 화폐 정보를 구하기도 힘들 뿐 더러 이를 선별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결국 '깜깜히 투자'로 전락할 수 있다. 옥석을 가리지 않으면 쪽박을 찰 가능성도 매우 크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