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상장게임사 절반 '적자'..."약자도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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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상장게임사 절반 '적자'..."약자도태 시작됐다"

국내 상장 게임업체 중 절반가량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화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생태계 허리를 받쳐야 할 중견 게임업체는 중국 업체에게 자리를 완전히 내줬다. 2010년을 전후해 모바일게임으로 급성장한 신진 업체는 추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이 퇴출되는 '약자도태' 전조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전자신문이 코스피, 코스닥에 상장한 게임사(중국계, 웹보드·소셜카지노 제외)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개 업체 중 9개 업체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적자였다가 2분기 흑자가 예상되는 한빛소프트 등 2개 업체도 흑자폭이 크지 않다.

올해 1, 2분기 중 한 번이라도 적자를 낸 11개 업체 모두 지난해 연간실적 기준 이익을 내지 못했다. 장기 실적 부진을 겪는 중이다.

이익을 낸 곳 중 신작 출시 효과를 보고 기존 게임이 흥행을 유지하는 등 사업이 탄탄한 곳은 엔씨소프트, 컴투스, 조이시티, 넷마블, 펄어비스 정도다. 나머지 업체는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는 '불황형 흑자'다.

엔씨소프트, 넥슨 게임기업이 밀집한 판교테크노밸리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엔씨소프트, 넥슨 게임기업이 밀집한 판교테크노밸리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국내 게임시장 양극화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다.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권이 2017년 이후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재편 된 후 국내 게임 시장은 RPG를 만들 수 있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로 나뉘었다. 상반기 흑자를 기록한 게임사 중 RPG가 아닌 게임을 주력으로 내세운 업체는 조이시티, 선데이토즈 정도만 꼽힌다.

비상장 업체 중에서는 배틀로얄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지난해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블루홀과 중국서 1인칭슈팅(FPS)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서비스하는 스마일게이트가 꾸준히 흑자를 낸다. 이들 업체도 MMORPG 제작 능력을 갖춘 개발사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궤도에 오른 상당수 기업이)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은 시장에 팔릴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기업들이 사라지는 현상의 전 단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튜브 등을 통해 사전에 게임에 대한 디테일 한 정보가 유통되는 시대”라면서 “웬만한 퀄리티 게임으로는 다운로드조차 발생시키지 못할 정도로 이용자 선택이 정교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익을 내는 기업도 MMORPG,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장르와 비즈니스모델(BM) 한계를 깨지 못하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모바일과 PC 양쪽에 구글, 스팀 등 글로벌 플랫폼 등장으로 로컬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져 국내에서도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기업 간 체력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대형기업들은 이미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자사 경쟁력 확충에 들어갔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시각특수효과(VFX) 업체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에 220억원을 투자해 지분 32.3%를 확보했다.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는 '설국열차' 등 영화 특수효과를 담당한 업체다.

엔씨소프트는 포스와 엔씨 지식재산권(IP) 애니메이션화, 최신 디지털 영상 제작 기술 공유 등 협력을 추진한다.

넷마블은 올해 상반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을 25.71% 확보해 2대 주주에 올랐다. 하반기 방탄소년단을 소재로 한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넥슨은 올해 상반기 엔진스튜디오에 이어 코스닥 상장게임사인 넷게임즈를 인수했다. 두 회사는 각각 '수신학원 아르피엘' '히트' 등 흥행 게임IP를 확보한 회사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RPG, 슈팅 등 정형화 된 장르에서 대형기업의 시장 과점화는 계속 될 것”이라면서 “대형기업이 마케팅 비용, 콘텐츠 제작 능력에서 월등히 앞서나가고 있어 중견 그룹이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교수는 “(중소형 기업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콘텐츠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