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미래 자동차 핵심 부품으로 급부상한 '디지털 클러스터'

차선 변경을 위해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면 옆 차선 상황이 클러스터(계기판)에 나타난다. 최근 출시된 '더 K9'에 적용된 후측방 모니터 시스템 덕분에 운전자는 사이드미러를 보려고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

코나 일렉트릭에 적용된 현대모비스 디지털 클러스터 (제공=현대모비스)
코나 일렉트릭에 적용된 현대모비스 디지털 클러스터 (제공=현대모비스)

디지털 클러스터가 자율주행·커넥티비티 등 미래차 핵심 주행정보 표시장치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에 따르면 클러스터 시장규모는 지난 2016년 7조5000억원에서 2023년 약 11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5년 후에 판매되는 신차 5대 중 4대에는 디지털 클러스터가 탑재된다.

바늘 침으로 속도, 분당회전속도, 연료량 등을 표시하던 아날로그 클러스터가 최근 디지털 클러스터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자율주행 시대에 차량 전후측방을 인지하며 운전자에 제공하는 정보가 급격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화면도 대형화되는 추세다.

아날로그 클러스터에 익숙한 운전자가 처음 디지털 클러스터를 접하면 다소 낯설게 느낀다. 현재 상용화된 디지털 클러스터는 대부분 평면형(2D)으로 실제 바늘침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다소 밋밋해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시인성을 높이고 대형 스크린을 탑재한 입체형(3D) 디지털 클러스터 개발이 한창이다.

입체형 클러스터는 극장에서 3D 영화를 시청할 때 착용하는 별도 안경도 필요 없다. '스테레오스코픽(Stereoscopic) 3D'라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두 눈으로 이미지를 바라보면 뇌에서 합성과정을 거쳐 사물을 인지하는데, 이때 두 눈의 시각(視角)차이를 이용한 기술이다. 한 쌍의 2D 영상을 투영하면 입체감 있게 표현된다. 이를 적용한 입체형 클러스터는 평면형 클러스터보다 인지성이 높아지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훨씬 고급스럽게 주행정보를 표시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8인치 모듈형 디지털클러스터 (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8인치 모듈형 디지털클러스터 (제공=현대모비스)

현재 디지털클러스터는 LCD 패널을 사용하지만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MOLED(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디스플레이도 도입될 전망이다. AMOLED는 LCD에 비해 반응속도가 빠르고, 풍부한 색감을 구현할 수 있다. LCD 대비 전력 소비도 덜하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AMOLED의 신뢰성 검증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극한의 온습도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혹독한 내구성 테스트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MOLED가 자동차부품으로 상용화되면 커브드 형태 등 미래차 디자인에 다양한 형태로 가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디지털 클러스터는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서라운드 뷰 모니터링(SVM) 등과 함께 인포테인먼트 4대 핵심부품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이들 부품을 통합하는 추세다. 이른바 '차세대 콕핏'으로 불리는 초대형 인포테인먼트 부품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출시된 코나EV용 디지털 클러스터 양산에 성공하고, 2015년 12.3인치 대형클러스터를 개발한데 이어 3년만에 7인치 클러스터 양산에 돌입했다. 또 현대모비스는 4대 인포테인먼트 핵심부품 독자기술을 모두 확보하며 차세대 콕핏 개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차세대 콕핏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통합플랫폼도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초 'CES 2018'에서는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을 반영한 차세대 콕핏을 선보였다.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홀로그램 가상비서가 자율주행을 돕는 것은 물론, 룸미러와 콘솔박스에 대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자율주행 시대에 경험할 수 있는 '달리는 극장'으로 호평을 받았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