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LCD 소외는 또 다른 인력유출 빌미...전문가 활용책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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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를 키운 건 결국 삼성, LG, 현대 아닙니까. 하이디스가 BOE에 매각될 때 언젠가 중국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뛰어넘을 것을 모두 예견했습니다.”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이런 자조 섞인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초대형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LED 등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에 공격 투자하며 무섭게 성장한 BOE에 대한 이야기다.

BOE가 LCD 기술을 빠르게 갖춘 것은 국내 기업 하이디스 인수가 '신의 한 수'로 꼽힌다. 2000년대 초 매물로 나온 하이디스를 국내 기업이 인수했더라면 중국이 디스플레이 기술 격차를 좁히는데 최소 몇 년이 더 걸렸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LCD 기술력이 상당했던 하이디스가 중국으로 넘어가면 중국에 기술 추격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은 자명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 기업은 기술 중복, 부담스러운 하이디스의 부채 규모 등을 이유로 인수를 거절했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지만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하이디스가 BOE로 넘어가면서 당시 하이디스에 근무했던 전문가들은 여전히 BOE에서 일하거나 다른 중국·대만 패널사로 이동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토대가 됐다.

최근에는 중소형 OLED 인력이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BOE와 비전옥스에 국내 플렉시블 OLED 실무 경험자들이 상당수 근무한다고 알려졌다.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 산업으로 신규 인력 유입이 줄고 기존 인력마저 빠져나가는 현상을 우려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OLED로 사업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상대적으로 LCD 전문가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LCD 기술 연구자가 줄고 시장 관심도 떨어지면서 한국 LCD 산업 토대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점점 LCD 전문가들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OLED, 플렉시블 OLED에 이어 투명·롤러블·스트레처블 등 새로운 폼팩터 OLED가 차세대 기술로 떠올랐지만 LCD도 여전히 경쟁력 있는 분야로 평가받는다. '사라질 기술'이 아닌 OLED와 함께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계속 이끌어갈 기술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D는 성숙한 기술이지만 여전히 발전 여지가 많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LCD 기술과 전문가들이 해외로 터전을 옮기지 않고도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퇴직한 전문가가 국내 유관 기업에 재취업하거나 기존 기술 경험을 바탕으로 재교육을 받아 새로운 기술 분야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첨단 분야 일수록 탄탄한 기초 기술이 중요한 만큼 재교육으로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활용할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대기업의 경우 퇴직자를 대상으로 협력사에 재취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임원급이 주 대상이어서 실무 전문가까지 폭넓게 다루지는 못하고 있다. 후방산업에 속하는 중견·중소 장비·부품·재료 기업은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엄두도 내기 힘든게 현실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퇴직한 반도체·디스플레이·경영 분야 전문가들이 뭉친 '반디 컨소시아'가 새로운 대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각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첨단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해 경영 컨설팅과 기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와 기술협력 등을 위한 네트워킹 서비스도 한다.

석준형 반디 컨소시아 공동대표(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특임교수)는 “한국은 아직 기술 컨설팅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며 “전문가 풀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모델로 자리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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