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언제까지 중국에 당하기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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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언제까지 중국에 당하기만 할 것인가

“우리는 중국에서 안 되는데, 중국 전기차는 우리나라에서 너무 잘된다. 그래서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난다.”

최근 전기버스 입찰 경쟁에서 중국 업체에 밀린 국내 한 업체 대표 말이다.

중국이 이번 달에 또 한국 배터리를 장착한 현지 전기차·전기버스를 정부 보조금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한국 배터리가 중국에서 외면 받은 지 벌써 3년째다.

중국 정부가 시장 초기부터 한국 제품을 제외했다면 사태가 덜 심각할 것이다. 하지만 2013년부터 현지에서 생산된 국내 배터리를 잘 사용해오다가 2016년 초부터 한국 제품을 막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배터리 제조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는 중국에서 수천억~수조원을 들여 대규모 공장까지 짓고도 정상적인 영업을 못하고 있다. 20여개에 달했던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 고객사는 지금 다 떠났다. 지난해 우리 업체 중국 공장 가동률이 바닥을 치기도 했다. 나름의 대책으로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막대한 물류비용을 감수하면서 국내나 유럽 등 다른 곳으로 팔고 있다. 현지 공장을 놀릴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시장 상황은 정반대다. 국내 전기버스 시장의 중국산 차량 점유율은 30~40%에 이르렀다. 우리 정부 보조금을 받는 8개 전기버스 업체 중 중국산 브랜드는 4개나 된다. 이들 중국 브랜드는 최고 수준 혜택을 받고 있다. 차량 당 최소 2억원에서 최대 3억원의 한국 정부(환경부·국토부·지자체) 보조금을 받는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산 배터리까지 한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대형 배터리에 이어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까지 팔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들 중국 전기차나 배터리 업체가 한국에 생산 공장을 짓는 것도 아니다. 단 한 곳도 국내 생산기지가 없다. 오로지 가격경쟁력만으로 우리나라 시장을 휩쓸고 있다.

중국 현지에 대규모 공장을 지어야만 하는 우리 배터리 업체 상황과 대비된다. 현지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해야 하는 완성차 업체 사정과도 상황이 다르다. 아직 해외 시장 판로가 없이 국내 시장에만 의존하는 중소기업 피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를 향한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 질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관세 인상 등 시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불만은 극에 달했다. 심각한 건 관련 정부 주무부처나 국회 등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라고 핑계만 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사드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2016년 초부터 한국 업체가 시장 제재를 받은 것인데도 말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우리도 중국과 같은 시장 규제를 적용하면 된다. 중국 정부가 자국 제품을 보호하듯 우리 정부도 우리 제품과 기술을 보호하는 것이다. 2021년부터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중단할 예정이라 이미 늦은 감은 있다. 하지만 우리도 이제 미국이나 중국처럼 자국 산업 위주의 시장 정책은 필요하다. 지금처럼 가만히 있다가는 배터리 강국의 한국 위상은 점점 위태로워진다. 우리 중소기업 경쟁력은 안방시장에서 조차 힘을 쓰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