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최저임금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 파장 '일파만파'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로 인상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7530원보다 820원(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국내 최저임금 30년 역사상 8000원대에 접어든 것은 처음이다. 소상공인업계 등 경영계는 일제히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부는 '불복종' 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정부 경제팀은 최근 어려운 경제사정을 고려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폈지만, 노동계와 노동계 편향 인사가 대부분인 공익위원은 임금인상 전망치와 노사위원 주장 등 '인상요인'에 무게를 둔 결정을 내렸다. 2년 새 30%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우리 경제에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 추이. [자료:고용노동부]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 추이. [자료:고용노동부]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 속도조절론 무색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경영계 의견을 배제한 채 나온 결과라 논란이 불가피하다.

내년 최저임금은 주 40시간 기준으로 유급 주휴 포함 월 209시간 근무시 174만5150원이다. 최임위는 이번 인상으로 근로자 290만~501만명 임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2019년과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각각 15.2%으로 잡아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경제상황을 고려해 내년도 인상률을 10.9%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 공약달성을 전제로 내년도 인상률을 보면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2020년 인상률을 20%로 결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이 지켜지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우리 경제 상황을 대입해보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은 가파르게 다가온다. 최근 10년 새 두 번째로 높은 인상률인데다, 내년에도 10.9% 오르면 최저임금은 2년 새 29.1%, 거의 30%가 오른다. 정부가 언급한 속도조절론이 무색할 정도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나왔다. 김 부총리는 수차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신축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이 사용자측이 불참한 가운데 노동계와 공익위원만으로 결정된 것도 논란이다. 노동계와 노동계 편향인 공익위원의 일방통행으로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 당국과 경제팀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경기 둔화로 이미 쇼크 상태인 고용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경기 둔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취업자 증가률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 수준이다. 30만명은 돼야 할 취업자 증가폭이 2월부터 다섯 달 째 10만명 안팎으로 급감했다. 경기부진 탓이라지만 최저임금 대폭 인상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2년 새 30%가량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쇼크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5인 미만 사업장 확대적용이 추진될 시 전국 편의점 7만개 동시 휴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5인 미만 사업장 확대적용이 추진될 시 전국 편의점 7만개 동시 휴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중소기업계 반발, 최저임금 불복종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을 호소했던 경제단체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이유에서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리 경제 뿌리를 지탱하고 있는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 문제와 접점이 가장 많다. 어려운 내수경기를 버티며 영업을 이어왔으나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내년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 사용주와 근로자 간 자율협약을 추진해 임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년 사이 29%나 오른 최저임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과연 2년 만에 29% 이상 매출이 늘어난 소상공인 업체가 얼마나 되는지 관계당국에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소속된 편의점가맹점주는 인건비 인상 등을 고려해 월 하루 공동휴업을 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심야할증·카드 결제 거부 등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내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불복종을 의미하는 '소상공인 모라토리움'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소상공인연합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전국 소상공인을 총집결해 모라토리움을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초강수는 경영 상황이 나빠져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연합회에 따르면 소상공인 월평균 영업이익은 209만원으로 근로자 평균 급여 329만원의 64% 수준이다. 내년 최저임금 10.9% 인상으로 평균 영업이익은 200만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연합회는 분석한다.

다른 사용자 단체도 영세·중소기업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미 영세기업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는 데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추가 인상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열악한 업종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더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할 우려가 크다”고 비난했다.

사용자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기업 지급능력을 고려한 사업 종류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부결되고,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됨으로써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한계상황으로 내몰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영국과 프랑스, 아일랜드 등 주요 선진국은 상여금 전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제 및 고용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제도 개선에 반영해달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도 반발…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

민주노총은 '최악의 인상률'이라며 강력한 최저임금법 재개정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우려했던 바이지만 결과를 보니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며 “외형상 두 자릿수 인상이지만 산입 범위 확대로 실질 인상 효과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그 수준도 역대 최악”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내건 노동존중 정부 슬로건이 낯부끄럽다”며 “지난해 16.4% 인상 이후 정부와 여당은 자본 공세에 소득주도 성장 정책 기조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했으나 애초 요구한 시급 8680원으로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실망감을 드러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대기업과 하청업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한 관행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요구를 정치권과 정부에 더욱 강력하게 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 해도 노동자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유감 뜻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면 2019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급 8670원가량이 돼야 했다”며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으로는 저임금·장시간 노동구조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2019년 최저임금 개요
[자료:최저임금위원회]

[이슈분석]최저임금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 파장 '일파만파'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