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 최저임금 오르면 대금인상 요구한다…공정위 '갑을정책' 박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을문제' 해결에 다시 속도를 낸다.

최저임금 인상 시 하도급업체는 원사업자에게 대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원사업자의 '부당한 경영간섭'과 '전속거래 강요'는 금지한다. 하도급업체 기술자료를 유출·유용해 한 번이라도 고발 대상이 되면 공공입찰 참여를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7일 시행되는 개정 하도급법에 따라 중소 하도급업체가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요건이 대폭 확대된다”고 말했다.

종전에는 원유·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에만 대금 인상을 요청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인건비(노무비) 등 각종 경비가 오를 때에도 가능하다. 하도급업체가 직접 원사업자에게 대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신 요청·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위원장은 “대금 증액 요청을 받은 원사업자는 10일 내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협의를 거부하거나 10일 내 협의를 개시하지 않으면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등 제재조치를 받는다”고 말했다.

개정 하도급법에 따라 원가정보 등 경영정보 요구는 '부당한 경영간섭' 유형으로 금지한다.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업체에 자사와만 거래하도록 강요하는 '전속거래'와 '기술자료 수출 제한'도 금지한다.

공정위는 이날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을 새롭게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하도급대금 부당 결정·감액 △기술자료 유출·유용 시 부과하는 벌점이 종전 3.0점에서 5.1점으로 높아진다. 공정위가 한 차례만 고발해도 원사업자는 공공입찰 참여가 제한(벌점 5점 초과)된다.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주 부담 완화에도 나선다.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한다. 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해 본부와 협상에 나서도 본부가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협상에 임하지 않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점주가 비용을 부담하는 광고·판촉행사는 본부가 미리 점주 동의를 받도록 해 '떠넘기기' 관행을 개선한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상승은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 성장'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면서도 “노동자를 고용해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가맹점주 부담을 가중시키는 본부의 불공정행위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서면실태조사로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81개 가맹본부에 서류제출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 가운데 혐의가 짙은 외식업·편의점을 포함한 6개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며 “가맹사업 통일성 유지와 무관한 품목을 점주에게 구입하도록 강제한 행위, 광고·판촉 비용 전가행위, 예상매출액 정보 등을 과장해 제공한 행위 등을 중점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