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에너지전환과 전기요금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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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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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공장'

지난달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한전의 상황을 비유한 단어다. 김 사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한전을 '콩 값보다 싼 두부를 만드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한전 사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용 경부하 요금 문제점을 지적한 직후 나온 것으로 한전이 처한 적자상황과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반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올해는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이 없다고 밝혔다. 한쪽에서는 올려야 되는 상황이지만 올리기는 쉽지 않은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다.

◇에너지전환-탈원전-전기요금…'불편한 삼각관계'

한국전력이 최근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산업용 경부하 요금 등 일부 전기요금에 인상 필요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산업계와 원자력계, 정치권은 에너지전환과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정부는 에너지전환과 전기요금 인상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대응했다. 최근 한전의 연속적자도 에너지전환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대선 이후부터 에너지전환과 탈원전, 전기요금의 삼각관계를 두고 상반된 논쟁이 1년 넘게 계속됐다.

전기요금 인상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에너지전환과 탈원전만을 놓고 인상 원인을 따지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금의 한전 적자와 전기요금 논란은 지난해 최대 10기까지 원전가동이 중단된 이유가 크다. 이는 탈원전 정책 때문은 아니다. 원전 내벽철판(라이너 플레이트) 부식과 이물질 발견 등으로 전수조사 및 계획예방 정비에 들어가면서 원전 가동률이 떨어졌다. 굳이 탈원전 기조가 아니었어도 거쳐야만 했던 작업이다.

하지만 원전 가동률이 줄어들면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일부 증명됐다.

정부와 발전업계 고민은 탈원전이 아니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발전사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해 온 유연탄 가격·세금 인상과 최근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와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이행을 위한 배출권 구매비용도 발전업계에 전기요금으로 전가된다. 최근 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에서 논의 중인 에너지세제개편, 계속 늘고 있는 지역자원시설세까지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에너지전환은 원전과 석탄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을 키우는 전원믹스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원믹스 변화는 최종 목표일뿐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된 원가반영과 시장가격체계 개편, 지역민원 해결과 분산전원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요금은 변한다'라는 단순 명제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전환이 전기요금 이슈와 연결되는 것에 불편함을 보이지만, 전원믹스가 바뀌는 과정에서 요금이 그대로일 수는 없다. 에너지전환이 진행되면 될 수록 전기요금과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5%'…한전 적자와 전력시장 왜곡의 악순환

5%는 우리나라 전력시장에 비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전기요금 평균 인상률 마지노선이다. 역대 전기요금 평균 인상률이 5%를 넘어선 적은 없다. 2011년 9.15 순환정전 사태 이후 전기요금 인상요구가 가장 거셌던 2012년 여름에도 주택용은 2.7%, 산업용 고압 6%, 산업용 저압과 일반용 3.9% 농사용 3% 등 평균 4.9% 인상하는데 그쳤다.

역대 모든 정부가 전기요금을 물가상승 최후의 보루로 여겼다. 문재인 정부 역시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부담스러움을 표출했다. 과거도, 지금도 전기요금은 물가상승 연쇄작용을 막는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OECD 기준 국가별 전기요금을 보면 우리나라는 가정용과 산업용 전기요금 모두 평균치를 밑돈다. 가정용 요금은 멕시코, 노르웨이, 캐나다에 이어 4번째로 낮다. 산업용은 14번째 수준이지만 독일, 일본에 비해서는 저렴하다. 미국, 멕시코 등보다는 높다.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은 우리 제조업이 성장한 기반이었고, 앞으로도 주요 기반이다.

현 정부는 지금의 일부 인상요인은 2014년 이후 호실적을 기록했던 한전이 감내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한전만의 어려움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전의 부담이 전력시장 전체로 전해진다. 2001년 우리나라에 전력시장이 생겨난 이후 한전의 경영상황은 나쁠 때가 많았다. 그에 따른 부담은 발전사와 전력도매시장이 함께 떠안았다.

과거 발전소 설비투자 보전을 위한 용량요금 인상에서부터 △발전소 가동가 정지시 효율에 따른 추가연료 사용비 △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각종 화학물질 비용 △지역자원시설제 정산 등 아직도 많은 비용이 발전단가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는다. 현재 한전이 발전사에게서 사들이는 전력가격에는 재료가격이 일부 제외됐다.

역대 모든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인색했던 탓에 수많은 인상요인이 도매시장에 묶여있다. 언젠가는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할 원가요인이 수두룩한데 한전의 재정상황만 언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정부로서는 전기요금 방향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 됐다. 원가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전기요금 체계를 갖추거나, 지금처럼 묶어둘 의향이라면 원가 상승요인을 제어해야 한다. 탈원전 속도를 늦추면서 원가 비용을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데도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에너지 업계는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앞서 더 큰 범위인 에너지전환과 전기요금 공론화의 필요성을 요구했다. 하반기 수립하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최근 결정된 국회 에너지특위도 이를 논의해야 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전이 판매 독점사업자로 있는 구조에선 한전이 어려우면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며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반영하기 힘들다면 원가요인에서 해법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계절별, 시간대별 전기요금 구분>

자료: 한국전력

<산업용전력(갑) Ⅱ 전력량요금(kWh당)>

자료: 한국전력

(단위 : USD/MWh)

* 출처 : IEA, Energy Prices and Taxes ('18. 1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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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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