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성장률 전망 2.9%로 낮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투자·소비 부진 등 곳곳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을 반영했다. 올 하반기 재정은 4조원 규모로 보강한다.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5%에서 3.5%로 낮추는 등 소비 활성화에도 나선다. 대책 상당수가 '정부 돈 풀기' 이외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데다 핵심 정책 발표는 차후로 미룸에 따라 실효성은 의문이다.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확대 등 일자리와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마련한 대책도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을 고려하면 미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8%로 내다봤다. 또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7% 이상 늘린다. 46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정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하반기 이후 경제 여건 및 정책 방향'과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을 확정했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각각 2.9%, 2.8%로 제시했다. 올해 전망치는 지난해 말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수치(3.0%)보다 0.1%포인트(P) 낮췄다.

한국은행에 이어 정부도 성장률을 2.9% 제시했다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정부는 막판까지 전망 수정치를 두고 고민했다. 정부 예상대로 올해 2.9% 성장에 머물면 3년 만에 회복한 지난해 3%대 성장률(2017년 3.1%)이 다시 2%대로 내려앉게 된다.

김 부총리는 “경제 상황을 현실에 따라 냉정하게 있는 그대로 전망했다”면서 “지표상 숫자와 국민이 느끼는 체감 간 괴리를 줄이는 등 효과 높게 정책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월평균)도 당초 예상치 절반을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낮췄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취업자 증가폭을 32만명으로 제시했지만 이번에 18만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인구 감소 본격화, 구조 조정 등 영향을 원인으로 꼽았다. 내년 취업자 증가폭은 23만명을 제시했다.

정부는 경기 활력을 높이기 위해 4조원 규모 재정 보강에 나선다. 3조2000억원 규모 기금운용계획 변경으로 주거 분야, 구조 조정 지역·업종 등을 대상으로 초과 수요가 있는 융자 사업에 지원을 늘린다. 주거, 안전설비, 미세먼지·오염 저감 부문에 6000억원 규모 공기업 투자도 확대한다.

2019년도 예산은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총지출 증가율(5.7%)보다 확장 편성한다. 김 부총리는 '7%대 중반 이상'을 제시했다. 올해(본 예산 428조8000억원)보다 7.5%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약 461조원 규모 슈퍼예산을 편성하게 된다.

일자리·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EITC 지원 대상은 2배, 지급액은 3배 이상 각각 늘린다. 소득 하위 20%에는 기초연금을 매달 30만원 지원하고, '소상공인페이'를 출시해 카드수수료 부담을 낮춘다. 연말까지 한시로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5%에서 3.5%로 낮춘다.

정부가 내놓은 경기 활력 제고, 일자리·소득분배 개선 대책은 최근 위기를 타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신한 대책이 없고 대부분 '돈 풀기' 방식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가 거리로 내몰릴 위기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고, 상가 임대료 저감 등 핵심 사안은 추진을 차후로 미뤘다.

김 부총리는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 등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추가 지원 대책을 지속 발굴·추진하겠다”면서 “소득 분배의 근본 개선을 위해 사회보장제도, 실업안전망 확충 등 중장기 대응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