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자가망 확대 논란 극단으로···과기정통부 '역할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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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스마트시티 사업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 자가통신설비(자가망) 전면 확대를 추진해 논란이다.

국토부가 방범, 방재 등 국민생활 필수 서비스를 넘어 스포츠, 문화서비스에도 지자체 자가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자, 통신사는 전기통신사업법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통신 비주무부처인 국토부의 무리한 자가망 확대 추진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 “자가망 전면 허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토교통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유무선 통신 4사, 오산시, 은평구청과 자가망 제도개선 연구반을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스마트시티 확산을 위해 지자체가 보유한 자가망 서비스 연동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자가망 활용분야를 △행정 △교통 △보건·의료·복지 △환경·에너지·수자원 △방범·방재 △시설물 관리 △교육 △문화·관광·스포츠 △물류 △근로·고용 △주거 등 19대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교통 △환경 △방범 △방재 4대 분야에만 자가망 연계를 허용한다.

국토부는 자가망 확대 제도화에 착수했다.

우선 스마트도시 특별법 고시 특례 조항으로 세종시와 부산시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에 자가망 전면 허용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에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모든 지자체에 똑같이 자가망을 전면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토부 방안이 실현되면 사실상 모든 행정 서비스에 지자체 자가망이 허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기존 보유한 자가망 활용도를 높여 통신사에 내는 서비스 이용료를 절감해 예산을 아끼고 공공서비스 혁신 기반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사 “전기통신사업법 근간 흔드는 일”

통신사는 이 같은 추진 방안이 전기통신사업법 근간을 흔들 뿐더러 정부가 나서서 공공사업을 아예 접으라는 조치와 마찬가지라며 반발한다.

자가망은 지자체 또는 기업이 특정목적을 위해 구축한 사설 '인트라넷' 개념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국민안전과 연관된 예외를 제외하고는 면허가 없는 공공 또는 사설기관이 통신망을 매개하거나 일반 대중을 상대로 서비스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법률은 통신서비스를 민간 사업자가 영위하는 '사업'으로 규정하고 망 운영능력을 검증해 면허를 발급한다. 사설 통신망이 난립해 통신 안정성이 저하되고 기관별로 중복투자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민간 이윤추구로 공공성을 해치지 않도록 인가 또는 신고제로 요금을 관리하고 망 구축 의무를 부과한다.

통신사도 소방청 자가망 119와 경찰청 자가망 112를 연동하는 것처럼 국민안전을 높이는 자가망 확대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국토부가 추진하는 문화·관광·스포츠, 에너지 등 영역은 명백한 민간 사업자 영역이다. 해당영역에서 자가망 운영은 전기통신사업법 운영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가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통신사 공공사업을 완전히 접으라고 압박하는 셈”이라면서 “자가망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서비스 모델도 없으면서 일단 모든 사용 제한을 풀고 보자는 입장이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비용과 관련해서도 단기적으로는 자가망 구축이 저렴해 보일 수 있지만 망 유지관리·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추가될 수 있고 지자체가 세금을 들여 통신망을 운영하는 것 역시 비효율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기정통부 '역할론'

과기정통부는 연구반과 국토부·국무조정실 논의 과정에서 자가망 구축의 경제성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드시 자가망이 필요한 영역을 선별해 국가시범도시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 이후 효과를 검증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스마트시티가 핵심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자가망 확대 적용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취하지는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스마트시티 활성화로 자가망이 예전과 같이 엄격히 해석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규제 보완을 할 수도 있다”면서 “지금은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기 보다는 지자체와 통신사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의 이 같은 입장은 옛 국토해양부의 유비쿼터스도시(U-시티) 특별법 개정, 옛 행정자치부의 공공사물인터넷(G-IoT) 자가망 확대 논의에서 명확한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과는 배치된다.

자가망 확대 논란은 국무조정실이 스마트시티 규제 개혁 과제 중 유일하게 '부처 이견' 안건으로 분류됐다. 국무조정실도 자가망 확대에 찬성하면서 통신사와 과기정통부가 상당한 압박을 받는 형국이다.

통신 전문가는 통신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신사 임원은 “통신사도 119처럼 공공성이 확실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자가망 적용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가망 활용의 명확한 선을 제시하고, 불가피하게 특정분야에서 자가망을 확대하더라도 민간 참여가 활성화될 개선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