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버스 '한국향'에 국산 배터리 탑재...'꼼수와 전략 사이'

중국 버스시장 점유율 2위 중퉁버스가 한국 시장 공략용 전기버스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다. 우리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자격을 획득한 4개 중국 브랜드 가운데 한국 배터리를 쓰는 곳은 이 업체가 유일하다.

중국 전기차에 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한국에만 국한된 시장 전략일 뿐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중퉁버스가 한국향 저상(11m급) 전기버스(모델명 매그넘)에 151㎾h급 SK이노베이션 리튬이온(NCM·니켈코발트망간) 파우치 셀을 탑재한다. 버스 차량 적용에 필요한 배터리팩은 국내 차량용 납축전지 업체인 세방전지가 맡았다.

중퉁버스가 한국향 전기버스 모델에 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 회사가 인수한 중국 에빅 전기버스(모델명 엔비온) 역시 지난해부터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 지금까지 국내에 약 40대 판매됐다.

중퉁버스 매그넘은 우리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한국환경공단에서 자격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이 평가에서 1회 충전에 따른 주행 거리는 202㎞가 나왔다. 매그넘보다 배터리 용량이 두 배 이상 많은 비야디(BYD) 'eBus-12'(324㎾h·인산철)의 공식 주행 거리 407㎞와 비교하면 전비가 약 10% 뛰어나다. 한국산 배터리가 비교 우위에 있는 셈이다.

최근 한국에 진출한 4개 중국 브랜드 가운데 중퉁버스뿐만 아니라 포톤과 하이거도 국산 배터리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전기버스 하이거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초기 물량이 소화되는 대로 이후 물량부터는 한국산 배터리로 교체하기로 본사와 협의하고 있다”면서 “중국 배터리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애프터서비스(AS)뿐만 아니라 고객사(운수업체)들도 한국산 배터리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업계는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국내 시장 반감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가 국내에선 별도 검증 없이도 우리 정부 보조금 혜택까지 받으며 판매하는 것과 달리 국산 전기차 배터리는 수조원의 막대한 현지 투자에도 중국 정부 벽에 막혀 2년 넘게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국내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계가 한국 내 제품에 핵심 부품인 배터리만큼은 현지화 전략에 나선 것은 다분히 시장 전략 차원”이라면서 “국내 배터리를 제한하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국내 배터리 기술의 비교 우위도 중국 제조사가 국내 판매 전기버스에 국산 배터리를 쓰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국산 배터리는 중국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AS가 용이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이다. 중국 업체는 자국 기술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널리 쓰지만 이는 한국 주도 NCM 배터리에 비해 중량이 더 나가고, 출력이나 안정성 모두 떨어진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김포 선진운수가 일반 버스 노선에 운영 중인 중국 중통버스의 전기버스. 선진운수와 중통은 1년 여 현장 테스트를 통해 국산 배터리 등 주요 부품 교체와 차체 전반을 개선했다.
김포 선진운수가 일반 버스 노선에 운영 중인 중국 중통버스의 전기버스. 선진운수와 중통은 1년 여 현장 테스트를 통해 국산 배터리 등 주요 부품 교체와 차체 전반을 개선했다.

【표】국내 전기버스 제작사별 배터리 현황(자료 각사)

中 전기버스 '한국향'에 국산 배터리 탑재...'꼼수와 전략 사이'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