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vN ‘어쩌다 어른’ 연세대 권수영 교수의 ‘소문난 명강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 당신의 관계는 안녕하십니까?
▷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O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 소문난 명강의 특집 연세대학교 권수영 교수

O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 ‘소문난 명강의’ 두 번째 시간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가 권수영 교수(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의 강의로 7월 18일 방송됐다.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방송 캡처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방송 캡처

폴더폰의 문자 세대를 지나 스마트폰의 카카오톡 세대에 입성하며 실시간으로 서로와 연결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었는지 금세 판가름을 내려주는 숫자 ‘1’은 상대에게 답장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1’이 사라진 이상, “읽씹”하지 않고 어서 빨리 답장하여 상대와 대화를 이어나가야만 우리의 관계도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만약 단 한 번이라도 상대방의 “1”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답장이 오지 않아 불안했거나, 내가 읽어 “1”을 사라지게 만들었으니 어서 답장해야겠다는 강박이 생긴 적이 있다면, 당신의 인간관계는 썩 안녕하지는 못하다고 권수영 교수는 말한다.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방송 캡처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방송 캡처

권 교수는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라는 주제로 건강한 어른의 건강한 대인관계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아는 고유의 질병 ‘화병’에 대해 이야기하며, ‘관계중독’ 한국인들이 관계와 경계, 그 애매한 줄타기 속,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강연했고, 그의 상담에 대한 열정과 재치 있는 입담에 패널과 방청객들은 웃음과 눈물을 넘나들며 경청했다.
 
실제로 한국인들의 관계를 대하는 마음가짐은 꽤나 특별하다. 권 교수가 설명하듯이 결혼 전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한국인들의 심리적 압박, 꽤나 높은 한국인들의 평균 독립 나이, 그리고 노크 없이 불쑥 아이 방에 들어오는 부모에 대한 당연함은 한국이 경계 중심보다는 관계 중심 사회라는 것을 증명한다. 경계를 침범하는 과도한 관계는 ‘친밀’ 관계를 넘어선 ‘밀착’ 관계로, 가장 위험한 관계이기도 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성덕선이라는 캐릭터는 부모님이 원하실 바를 최대한 맞추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아이이다. 명문대학교를 진학하여 촉망 받는 언니 성보라와 유일한 아들로 태어나 애정을 듬뿍 받는 동생 성노을 사이, 잘하는 것 하나 없는 둘째 덕선이는 ‘착함’이 생존하는 방식이다.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방송 캡처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방송 캡처

하지만 그러한 덕선이가 어느 날, ‘착한 딸’답지 않게 부모님께 반항을 한다. 바로 언니의 생일날 들러리마냥 자신의 생일 초도 미리 겸하여 꺼야 했던 날, 사랑 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참함을 느낀 덕선이는 화를 내버린 것이다. 관계를 과히 중시하여 자신보다는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 속에서 살아가느라 자기를 잃은 채로 살아가던 덕선이가 처음으로 ‘자기주장’을 한 날이다.
 
이 때, 덕선이의 아빠 역할의 성동일의 반응은 중요한 변화를 일으킨다. 이는 상담에 필수적 요소이기도 하며, 덕선이와의 건강한 ‘친밀’ 관계 성립의 첫 단추가 된다. 첫 째, 그는 덕선이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준다. 덕선이에게 똑같이 화를 냄으로써 덕선이의 화를 짓누르기보다는 덕선이가 표출할 때에 그를 들어준다. 이는 그가 덕선이를 조건부가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제공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제공

둘째, 그는 덕선이의 감정을 공감하여 준다. 이 때, 성동일은 덕선이의 ‘분노’라는 감정만을 공감한 것이 아니라 덕선이 속 숨어있던 실제의 감정, 즉 사랑 받지 못함에 대한 비참함까지 어루만져준 것이다.
 
권 교수에 의하면 흔히 나쁜 감정이라 일컬어지는 ‘분노’라는 감정은 시그널 감정일 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실제 감정이 아니다. 사람은, 비참함, 두려움, 불안함 등과 같이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느꼈을 때 이를 숨기기 위해 분노를 드러낸다고 한다.
 
권 교수는 속에 숨어 있는 실제 감정을 안으로 끌어당기는 구심력의 힘을 가진 ‘온건파 감정’, 겉으로 들어나는 감정을 밖으로 밀어내는 원심력의 힘을 가진 ‘강경파 감정’이라고 말한다. 또, 그는, 분노와 같은 강경파 감정은 결코 나쁜 감정이 아니며, 그 속에 다른 감정이 존재하고 있다고 알려주는 친절한 감정이라 덧붙였다.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제공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제공

성동일의 무조건적 수용과 강경파 감정뿐 아니라 온건파 감정까지의 공감을 통해 덕선이는 ‘받아들여짐’의 경험을 하여 ‘자기주장’이 나쁜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이후에 그녀는 착하면서도 자기주장이 가능한 아이가 되게 된다. 이로써 비로소 ‘밀착’ 관계에서 벗어나 건강한 ‘친밀’ 관계가 성립된다.
 
온건파 감정의 공감은 때때로 어려울 수 있다. 온건파 감정이란 애초에 분노와 같은 강경파 감정 뒤에 숨어 있어 찾기에도 어려울 뿐 더러, 비참함, 두려움, 소외감 등 스스로의 치부인 온건파 감정을 공개하려면 그만큼의 용기와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친밀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교수가 불안정했던 부자의 사이가 그들 부자 각각의 온건파 감정들을 함께 공유함을 통해 회복될 수 있었다며 소개한 상담 사례와 같이, 온건파 감정의 드러남과 나눔은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제공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제공

‘상담’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칼 로저스(Carl Rogers)는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처방을 받는 무력한 존재감의 ‘환자’라는 말 대신 주체적이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내담자 또는 고객(client)’이라는 말을 붙였다.
 
그는 ‘조건부적인 자기존재가치(conditional self-worth)’를 느끼는 덕선이와 같은 사람들에게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을 경험하게끔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야만이 온건파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성동일의 두 가지 반응이 적절히 상호작용하여 덕선이에게 ‘받아들여짐의 경험’이 되었고, 이는 그녀가 ‘착함’을 조건으로 사랑받기 위해 ‘착한 아이 콤플렉스’ 속에서 살아가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해주었다. 덕분에 덕선이는 ‘밀착’이 아닌 ‘친밀’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분노를 삭이느라 화병이 난다는 한국인들. 분노가 삭혀야 하는 나쁜 감정임이 아니라, 온건파 감정을 찾아주기 위한 시그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여 온건파 감정을 찾고 공유하며, 칼 로저스가 이야기한 상담의 가치를 잘 간직하여 상대의 감정을 수용하고,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지기보다는 경계를 적절히 세워 ‘친밀’ 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다면, 권 교수의 바람대로 우리 한국인들은 보다 더 건강한 관계를 통해 더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제공
‘어쩌다 어른’ 권수영 교수 “인간관계가 왜 그럴까”. 사진=OtvN 제공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에서 상담 받기는 꽤나 꺼려지는 일로 간주되고 있다. ‘비정상’이 되는 것 같은 두려움에, 또는 ‘환자’가 되는 것 같은 불편함에 많은 이들이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 등과 같은 심리적 아픔들을 숨기거나 무시하며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현실, 정신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돌보는 타 선진국들과 같이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더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그만 상담에 대한 선입견들을 타파하고, 누구나 받아야 하며 받아도 되는 것임을 이해하며, 칼 로저스의 정의대로 “client”로서 주체적으로 정신 건강을 돌보는 데에 개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더욱 활성화, 체계화, 그리고 전문화된 상담서비스와, 상담이라는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 자세는 신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현대인들에게 모든 분야에 아울러서 분명 더욱 행복한 삶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정말 상담을 통한 우리의 정신 건강 돌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