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포털 전쟁, 거실에서 차량으로 확전

[이슈분석]포털 전쟁, 거실에서 차량으로 확전

구글과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간 총성 없는 전쟁이 거실에서 차량으로 확전됐다. 포털마다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스피커에서 차량으로 이식 중이다. 단순한 음성인식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AI 기반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지향한다. 스마트홈처럼 AI가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연결된 기기를 제어하려는 속내다. 포털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 신경쓰는 이유다. 길찾기와 음악감상, 전화, 메시지 등 운전할 때 필요한 모든 작업을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다. 값비싼 고급 차량이 아니어도 AI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누리도록 했다. 커넥티드카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 형태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출시…점유율 80% 넘는 사용자가 경쟁력

선전포고는 구글이 했다. 12일 '안드로이드 오토'를 국내에 출시했다. 영어권 외에는 한국이 처음일 정도로 적극 공세를 펴고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구글 AI 플랫폼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자동차에 이식된 형태다.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미러링과 개념이 다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맞춰 개발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80% 이상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쓰기 때문에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다고 구글 측은 설명했다.

우선 지원 차량은 현대기아차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한 소나타를 출시한 바 있다.

신차뿐만 아니라 기존 차량에서도 쓸 수 있는 게 안드로이드 오토 강점이다. 현대기아차 순정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차량이면 된다. 안드로이드 오토 앱을 깔고 USB로 연결해서 쓴다. 일부 차량은 2013년 모델부터 지원된다.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는 필요하다. 2016년 이후 모델은 바로 사용 가능하다. 구글 협력업체인 GM의 글로벌 모델 볼트와 말리부 등 일부 차량도 지원한다.

핵심인 길찾기 서비스는 구글지도 대신 카카오내비가 맡았다. 10년 가까이 요구해온 지도 국외반출까지 제쳐두고 이례적으로 현지 업체와 손을 잡았다. 기존 구글지도를 서비스하던 티맵 측이 머쓱하게 됐다.

안드로이드 오토에서는 음원 서비스도 다양하게 이용 가능하다. 벅스, 멜론, 네이버뮤직 등 스마트폰에 있는 기존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시킨다. 음성으로 전화걸기나 문자보내기도 가능하다. 답장이 오면 구글 어시스턴트가 읽어준다.

구글은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오토도 선보일 계획이다. 모니터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에서도 쓸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를 선탑재한 차량도 출시 준비 중이다. 음성만으로 창문을 내리거나 올리고, 에어컨도 켜고 끌 수 있다.

◇네이버, 내달 AI 탑재한 새 버전 공개… SW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랩스가 올초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어웨이(AWAY)'를 앞서 선보였지만 인공지능 도입은 한 발 늦었다.

어웨이 초기 버전은 카블릿이란 태블릿PC 형태 기기에 탑재됐다. 중소업체인 아트뷰가 제조했다. 단순히 음성명령 기능만 제공한다. 가려는 목적지를 음성으로 입력하는 수준이다. 음악을 듣거나 전화, 문자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일일이 터치해야 한다.

네이버는 내달 AI플랫폼 '클로바(CLOVA)'를 탑재한 새 버전을 내놓는다. 네이버 AI 스피커인 웨이브나 프렌즈를 차량에 탑재한 셈이다. 우선은 기존 단말에 클로바만 추가하는 형태로 알려졌다.

새 버전은 음성으로 길찾기는 물론 음악 재생, 날씨 확인, 팟캐스트 청취 등이 가능하다. 가까운 주유소도 찾아준다. 별도 단말이 있으니 미러링이나 USB 연결이 필요 없다.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면서도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조작도 간단해졌다. 운전 중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했다. 콘텐츠 서비스에 따라 화면 배치를 알맞게 바꿔준다. 지난달에 이미 기존 제품에 클로바를 탑재해 테스트까지 마쳤다.

네이버는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같은 SW형태로 제공하거나 애플 카플레이처럼 기존 차량에 선탑재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이미 상당수 차량 운전자들이 길찾기나 음악 감상 때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차량 출고 때부터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도 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새로운 어웨이는 기기 변화보다는 클로바 탑재로 인한 개선 효과가 클 것”이라면서 “이용자 요구를 맞추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협업으로 시장 확대… 현대자동차·구글과 손잡아

카카오는 이달 안에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i를 카카오내비에 심을 계획이다. 카카오는 이에 앞서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함께 제네시스 G70모델에 카카오내비를 탑재키도 했다.

“헤이 카카오”라는 명령과 함께 카카오내비로 길찾기를 하면서 음악 감상이나 날씨, 뉴스 등 다양한 정보도 확인 가능해진다. AI 스피커 카카오미니를 자동차에서도 그대로 이용하게 되는 셈이다. 카카오톡 메시지도 매번 확인할 필요 없이 카카오i가 읽어줄 수 있을 전망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하반기에는 자연어 처리 기술과 음성합성 기술로 보다 자연스러운 읽기 기능이 지원될 예정이다. 보이스 프로필을 설정하면 개인정보 보안도 강화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음성인식과 인공지능 기술을 더욱 개선해 스마트홈과 자동차 분야에 카카오i를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전쟁, 승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시작으로 카카오와 네이버가 잇달아 새 버전을 내놓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게다가 기존 내비게이션 업체,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SKT 티맵 등과도 싸워야 한다. 특히 티맵은 지난해부터 길찾기를 비롯한 여러 서비스에 음성인식을 도입, 이용자 충성도를 높였다.

포털 3사만 비교하면 카카오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다. 기존 사용자 층도 있지만 안드로이드 오토 탑재가 호재로 작용했다. 카카오i가 적용되면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주요 서비스를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어 편의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서울 둘레길, 약수터 등 서울시내 25개 공공서비스 생활지도도 적용을 앞두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80% 이상이 안드로이드 OS를 쓴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게다가 국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자동차 모델 대부분을 지원하는 것도 장점이다. 구글 협력업체인 GM 차량과 국내 판매 중인 수입차량 일부도 지원한다.

다만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에 익숙한 사용자 습관을 바꿔야 한다. 매번 유선 연결을 해야 하는 점도 번거롭다.

네이버는 한국어 음성인식 기술에 있어서는 가장 앞선다는 평가다. 클로바 탑재로 음성 명령 사용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어웨이를 담은 단말이 걸림돌이다. 클로바를 태워도 기기성능이 최신 스마트폰이나 순정 내비게이션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다. 안드로이드 오토처럼 SW 방식을 고민하는 이유다. 안드로이드 전용앱이나 카카오톡처럼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ICT 관계자는 “음성 명령은 사용자 습관을 바꾸는 문제로 인식률이 낮으면 금방 외면받을 수 있다”면서 “음성 인식률과 길찾기 성능 개선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표>포털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비교

<표>현대자동차 안드로이드 오토 지원차량

<표>기아자동차 안드로이드 오토 국내 지원 차량

[이슈분석]포털 전쟁, 거실에서 차량으로 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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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