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준의 어퍼컷]화웨이 딜레마? 화웨이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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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준의 어퍼컷]화웨이 딜레마? 화웨이 부메랑!

중국 '화웨이'. 들여다볼수록 대단한 기업이다. 1987년에 창업했다니 대략 업력이 30여년이다. 세계무대에 나온 지 불과 수년 만에 통신 골리앗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전통강자 에릭슨·노키아·삼성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찍었다. 축적된 기술력이 필요한 통신장비 분야에서 파란을 몰고 왔다. 세계 경제무대에서 'G2'로 떠오른 중국이 오버랩 된다. 화웨이(華爲)가 '중국을 위해 행동한다'라는 뜻이니 일단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화웨이 존재감은 국내도 예외일 수 없다. 시장을 들쑤셔 놓았다. 5세대(5G) 통신장비 선정에서 '뜨거운 감자'다. 치열한 눈치싸움을 위한 빌미가 되었다. LG는 4G(LTE)망에 이어 5G에서도 장비 도입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장비 결정을 놓고 쉬쉬하는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SKT와 KT도 셈법이 복잡하다. 가성비만 보면 화웨이 장비가 최고다. 입찰에서 가격경쟁을 유도할 수 있어 '꽃놀이패'가 따로 없다. 그렇다고 덥석 손을 잡기는 꺼림칙하다. 보안 이슈 때문이다. 미국은 국익을 이유로 화웨이를 외면했다. 우리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반중국 정서도 부담이다. 장비를 도입한 사업자를 겨냥,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부도 어정쩡한 태도로 속만 태운다. 정부와 사업자 모두 여론을 의식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이고 있다.

예상하건대 보안 논란에도 화웨이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시장 논리 때문이다. 사업자가 무시하기는 너무 매력적이다. 장비 성능은 최강이고 가격은 확실히 싸다. 보안이 문제지만 명분으로는 약하다. 증명할 방법이 모호하다. 미국을 제외하고 대다수 국가에서 기간망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 장비를 택했다고 매국노라고 욕하기도 머쓱하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대의를 좇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사회 책임과 기업 윤리를 들 수 있겠지만 만약 삼성이 중국에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역시 말문이 막힌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무역 분쟁도 무시할 수 없다. 걱정된다면 지역 쿼터를 주든지 정부 인증 체계를 강제하면 된다.

정작 '화웨이 딜레마' 사태 본질은 다른 데 있다. 이 지경까지 불거진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국산 장비 품질이다. 화웨이와 비교해 기술과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대안이 있어도 이미 비교 대상이 아니다. 경쟁력을 상실한 장비 업체만 욕할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사업자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수년 전부터 국산 통신장비를 방치하면 시장이 결국 중국에 종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연구개발 투자와 시장 창출에 소홀했다. 중소 장비 업체에서 나오는 현장 목소리를 외면했다. 주파수 경매로 막대한 금액을 세수로 벌어들였지만 투자에는 인색했다.

사업자도 할 말이 없다. 성능을 이유로 국산 장비 홀대는 물론 고비용을 들어 '가격 후려치기'를 예사로 자행했다. 유지보수에도 제값을 쳐 주지 않아 업체 입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가 따로 없었다. 표현만 다른 갑질이었다. 그 결과 토종 장비 업체는 씨가 말랐다. 대부분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적자에 시달린다. 선택지가 사라진 것이다. 자승자박이다. '화웨이 딜레마'라고 말하지만 결국 '화웨이 부메랑'이다. 지금이야 당장 싼 제품이 매력 만점이다. 하지만 시장을 독점하면 어떻게 돌아설지 아무도 모른다. 비즈니스는 냉정한 법이다. 교훈은 하나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제2, 제3의 화웨이 사태를 대비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전자/산업정책 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