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차세대 시스템 입찰도 흔든 주52시간제..."인건비 부담 크다"

LG CNS만 입찰...SK C&C는 불참 "정상적인 프로젝트 수행 어려워"

주52시간 근무제가 한국은행 차세대 회계·결제시스템 구축 사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LG CNS와 SK C&C가 750억원 규모 사업을 두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SK C&C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업계는 SK C&C가 52시간 근무제로 현재 조건에서는 프로젝트의 정상적 수행이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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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업계에 따르면 19일 마감 일정의 한은 차세대 회계·결제시스템 통합구축(SI) 업체 입찰에 LG CNS만 접수했다. 단독 입찰로 사업이 유찰되자 한은은 마감 시한을 연장했다. 31일까지 다른 사업자가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한은은 수의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SK C&C 측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수익성 문제'라고 설명했다.

SK C&C 관계자는 “수익성이 맞지 않아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재공고에서 제안요청서(RFP) 요건이 완화된다면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은 차세대 시스템 개발단 관계자는 “프로젝트 기간이 26개월이다. 이 정도면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충분하다”면서 “재공고에서 RFP 요건 변경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로써 사실상 LG CNS가 사업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 사업 입찰 재공고에서는 기간 연장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RFP 요건 등을 변경하면 공고를 새로 내야 한다.

현재 한은 차세대 시스템 같은 대규모 금융권 SI를 담당할 수 있는 업체는 LG CNS와 SK C&C 두 곳뿐이다.

이 사업은 하반기 금융 IT 수주전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한은이 18년 만에 메인프레임 기반에서 유닉스 기반으로 회계·결제시스템을 변경하는 점에서 상징성도 크다.

그럼에도 SK C&C가 입찰에 불참한 이유는 주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인력 운용의 어려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입찰에 참여한 LG CNS도 인력 부담 완화를 위해 다른 중소업체와 컨소시업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 개발 운영 업종 특성상 근무 형태가 일정하지 않다. 수시로 발생하는 긴급 상황 대처, 프로그램 수정 및 보안 업데이트, 신규 개발 시스템 오픈 등으로 연장 근무 및 휴일 근무가 불가피하다.

주52시간 시행에 따르는 대체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국내 금융IT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정보화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금융IT 기술자 수는 전년 말 대비 0.1% 감소한 9128명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SK C&C가 750억원 규모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주52시간 제도 시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며 “연장 근무와 휴일 근로 발생 시 지불해야 하는 휴일근로수당 등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