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원전, 기록적인 폭염에 '구원투수' 등판

원전 가동 확대는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연일 무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자 원전을 '구원투수'로 투입하는 분위기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21일 한울 2호기 원전 가동 현장을 찾아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21일 한울 2호기 원전 가동 현장을 찾아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높은 예비율 확보를 올 여름 전력수급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원전도 필요한 만큼 가동한다. 이는 지난 겨울과 비교해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역대 최대 전력사용량(8823만㎾)을 기록한 올해 2월에도 가동 원전 수는 13기에 불과했다. 설비용량으로는 1만1900㎿, 전체 원전설비 2만2529㎿의 절반 수준이다.

겨울에 비하면 올 여름 수급에서 원전 비중과 역할이 커졌다. 한울 4호기와 2호기가 모두 정상 가동한다면 가동원전 설비는 1만7550㎿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양의 원전이 가동한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와 함께 탈원전이 선언된 지난해 6월 가동원전 설비규모는 1만7250㎿였다.

앞서 에너지 업계는 원전 가동률 회복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한국전력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여름철 전력사용량 상승에 따른 전력구매비용 상승 우려에 대해 예방정비 중인 원전 일부가 정상 가동되면서 실적 부담을 완화해 줄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부 역시 일부 원전이 재가동하면서 여름철 전력수급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4월부터 고리 3·4호기, 신고리 2·3호기, 월성 2호기, 신월성 1호기 등 다수 원전이 재가동을 시작했다. 지난달 한 때 가동원전 설비용량은 1만7000㎿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12일에 한울 2호기가 불시정지하고, 16일에는 한빛 2호기가 예방정비를 시작하면서 가동원전 용량은 1만5600㎿으로 다시 떨어졌다. 16일은 여름철 기준 최대 전력사용량이 첫 경신된 날로 예비력이 일시적으로 1000만㎾를 하회, 945만㎾를 기록했다.

원전 재가동으로 전력시장가격(SMP) 하락 효과도 예상된다. 최근 SMP는 전력사용량 증가로 ㎾h당 100원 재돌파를 앞두고 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LNG 발전으로만 충당할 경우 SMP 상승은 계속될 수 있다. 원전 가동률이 최저치였던 3월에는 SMP가 100원대를 웃돌았다. 원전 추가 가동으로 SMP가 하락하면 한국전력의 전력구매비 부담도 줄어든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요인 억제로 이어진다.

원자력계는 다시 원전 역할이 커지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올여름 전력사용량은 16일부터 계속 상승해 20일 8808만㎾를 기록, 역대 최대치인 8823만㎾ 경신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위축됐던 원전이 다시 전력수급 지원군으로 나서면서 인식을 새로 할 수 있다는 기대다. 더욱이 여름철 최대 전력사용량은 통상 8월 둘째 주와 셋째 주에 발생하는 만큼 원전 역할론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는 정비 완료에 따른 일상적인 결정이라면서 원전 재가동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탈원전 정책은 완만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가용한 원전설비가 정비를 마치고 계획대로 정상가동하는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올 여름철 전력 수급에 대해서는 석탄화력인 북평화력 1호기와 LNG발전소인 삼척그린 2호기가 정비 완료 후 정상 가동되면서 1000만㎾ 이상 안정적인 예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8월 둘째 주와 셋째 주 역시 발전소 정비와 송변전설비 보강이 추가되면서 이달 말과 8월초까지 250만㎾ 공급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탈원전 선언 이후 원전 가동률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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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