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암호화폐 적용 게임 규제 첫 사례를 두고 장고에 빠졌다. 국내에서 게임과 암호화폐가 결합한 첫 사례인 만큼 신중하게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24일 게임물관리위원회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위는 이달 초 플레로게임즈로부터 모바일게임 '유나의 옷장' 등급재분류에 대한 소명을 받았지만 안건을 등급분류회의에 올리지 않았다. 게임위가 등급재분류 결정을 내린 게임을 놓고 한달 가까이 최종 결론을 내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게임위는 매주 등급분류회의를 연다.

앞서 게임위는 6월 초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픽시코인'을 적용한 유나의 옷장에 대해 청소년이용불가로 등급을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등급재분류를 결정했다.
암호화폐와 이를 적용해 아이템 거래가 가능한 '디자이너' 콘텐츠가 사행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유나의 옷장은 원래 전체 이용가게임이다. 상반기 플랫폼사와 게임사 자율심의를 거쳐 출시됐다. 게임위가 암호화폐 적용 게임을 사후심의해 등급상향 결정을 내린 것은 유나의 옷장이 처음이다.
유나의 옷장을 서비스하는 플레로게임즈는 △유나의 옷장에 적용한 암호화폐와 디자이너 콘텐츠는 사행성이 없지만 △게임위가 등급 재분류 결정을 고수하면 청소년이용불가로 서비스를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이달 초 게임위에 전달했다.
플레로게임즈는 소명 과정에서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 검토를 거쳤다. 플레로게임즈 관계자는 “게임위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라면서 “유나의 옷장 암호화폐 시스템이 사행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게임위가 내린 최종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 역시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플레로게임즈가 '백기투항'한 셈이지만 게임위 결론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위 관계자는 “게임과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가 결합된 사례의 사행성을 처음으로 판단하는 만큼 검토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면서 “법적인 부분까지 신중하게 살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사 중 네오위즈, 한빛소프트, 넵튠 등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와 게임 콘텐츠 결합을 시도 중이다. 대부분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로 추진한다.
게임사 관계자는 “유나의 옷장은 현재 수준에서 실현 가능한 암호화폐와 게임 콘텐츠의 전형적인 결합”이라면서 “게임위 결론이 앞으로 규제 방향을 정할 가능성이 높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