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순방, 기업인은 들러리가 아니다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들러리도 이런 들러리가 없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경제사절단으로 방문한 한 대기업 임원의 고언이다. 모든 행사가 대통령 중심이고, 만찬도 상대국 기업인과 환담하기보다 청와대 실무진과 인사를 나누는 게 전부였다고 그는 전했다. 이어지는 말은 더 뼈아프다. 별 성과도 없는데 순방 기간에 열린 비즈니스포럼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 양국 교역에 큰 도움이 됐다는 자화자찬 평가 일색이었다고 비판했다.

과장됐지만 새겨들어야 한다. 경제사절단이 들러리라는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력 과시용으로 기업인을 활용한다고 뒷말이 많았다. 이번 정부도 역대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사절단 규모가 더 커졌다. 아마도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번 달에도 인도와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했다. 인도 방문에는 기업인 101명, 싱가포르에는 무려 130명이 동행했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70여명 규모였으니 이 경우 30명 가까이 늘었다.

뒤늦었지만 경제사절단을 실리 위주로 운영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 지시로 청와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사절단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25일 대기업 실무 담당자 모임을 열고 애로 사항 등을 논의한다. 과연 얼마나 진솔한 대화가 오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경제사절단 역할에 문제의식이 들었다는 자체가 일단 의미가 크다. 상식선상으로 봐도 길어야 이틀 일정 동안 처음 만나는 상대국 기업인과 사업 현안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흔히 경제 현장을 전쟁터, 기업인을 경제 전사로 각각 부른다. 기업인에게 시간은 생존과 직결된다. 어떤 자리에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도 기업인이 더 잘 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가 기업인 규모로 국력을 과시할 정도로 후진국도 아니다. 기업 발목을 잡는 관행이라면 이 기회에 확 뜯어고쳐야 한다.

“말도 안되는 가격!! 골프 풀세트가 드라이버 하나 값~~ 59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