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평생직업 시대, 협동조합으로 내 전문성 100%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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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한화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요즘 입사하면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직장이 별로 없다. 항상 이직에 대비해야 하니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곳저곳 직장을 옮긴다 해도 내 경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다만 내 기술과 역량을 어떻게 유효하게 이용할 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내 전문성을 '직장'에만 가두지 말고 좀 더 다양한 일자리 형태로 활용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문 역량을 살리는 유연한 일자리로 협동조합이 뜨고 있다. 기업형 협동조합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는 기술, 문화, 예술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인 다양한 협동조합 모델이 있다. 벨기에 스마트 협동조합은 프리랜서 예술가 계약과 전문 활동 서비스를 지원하며, 유럽 8개국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협동조합은 의사결정권이 출자 규모와 관계없이 조합원 모두에게 동등하며, 주식회사보다 설립이 쉽다. 이 때문에 소규모 기술 창업이나 프리랜서가 많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도 도입하기 좋은 모델이다.

정보기술(IT) 업계는 밤샘 근무, 임금 체납, 높은 이직률 등으로 '테크노스트레스'가 심한 분야로 알려져 있다. 프리랜서, 1인 사업자, 소규모 영세사업자로 활동하는 개발자·디자이너·기획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한국IT개발자협동조합은 IT 전문가 70여명이 만든 협동조합으로, 쿠프 브리지 일거리 플랫폼을 통해 발주처와 조합원을 이어 주고 계약 체결도 지원한다.

통상 프리랜서나 영세사업자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기술 전문성을 보증하고 대금도 보호해 주기 때문에 다소 합리화된 비용과 방식으로 일할 수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서 다양한 아이디어로 협업하기에도 협동조합이 유리하다. 광주스마트콘텐츠개발자협동조합은 모바일 게임 분야 기획·디자인·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돼 지난해 게임 콘텐츠를 중국 시장에 출시하는 성과를 거뒀다. 각자 활동했다면 이루지 못할 성과였다.

협동조합은 경력 단절 여성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다. 근무 시간이 유연하면서 각자 전문성을 활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온과학교육문화협동조합은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학기술인들이 설립했다. 이들은 각자 전공을 활용해 과학기술 분야 교재 및 교구 개발, 방과후 체험 시험, 융합 커리큘럼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과 협동조합이 결합할 때 내는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크다. 정부는 2013년부터 기술 중심 전문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육성 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에 전담 센터를 두고 교육 상담, 사업화 지원, 일거리 연계 등 과학기술 현장에 맞춰 지원해 오고 있다. 이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2단계 혁신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을 1000개, 조합 일자리를 1만개로 각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 시대다. 보람 있는 일자리 창출과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인 협동조합으로 이겨 내길 제안해 본다.

한화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wjhan@wise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