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중 무역전쟁 위기만 아니다

NXP를 인수하려던 퀄컴 계획이 무산됐다. 중국 정부가 끝내 합병 승인을 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첫 희생양으로 퀄컴이 된 셈이다.

퀄컴은 NXP 인수로 자동차 반도체 시장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었다. 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오히려 2조3000억원에 이르는 위약금까지 NXP에 물어 주게 됐다. 퀄컴은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 가운데 하나다. 중국이 이런 상징 기업을 볼모로 미국에 보복한 것에는 시사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 부과 조치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무역전쟁이 빚어지자 미국 관광을 제한하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미국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질 기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도 이에 상응해 화웨이, ZTE 등 중국의 주요 기업 제품 판매를 불허하는 보복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이 더욱 격렬해질 수 있다. 중국에 IT 부품 등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한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 꺼풀 벗겨 보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퀄컴 제재는 미국 기업 중국 비즈니스를 옥죄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장비·부품업체 상당수는 중국 시장에서 미국 업체와 경쟁해 왔다. 중국 업체의 미국 장비·부품 구매가 줄면 한국 기업이 들어갈 여지가 커진다. 세트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 중국에서 미국산 불매 운동이 벌어지면 애플 아이폰 판매도 크게 줄 수 있다. 중국이나 한국 휴대폰 점유율이 늘어나면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업체엔 호재다. 중국산 휴대폰은 내수용으로 미국 판매가 미미하다. 이 때문에 한국 휴대폰 부품업체가 미·중 무역전쟁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우리는 미·중 무역전쟁을 악재로 보고 걱정만 해 왔다. 그러나 꼼꼼하게 따져 보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는 곳도 보인다. 기업이나 정부가 이 기회를 잘 포착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좀 더 주도면밀한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