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산업부 장관 “삼성 반도체 투자 확대해달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아 반도체 투자를 적극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고위 관료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 장관에 이어 김동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번 주 중 삼성전자를 방문해 투자 확대와 고용창출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백 장관은 이날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초격차 전략' 유지하면서 투자를 확대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김 부총리 방문 시 문 대통령의 투자 확대 요청에 화답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백 장관의 이번 현장방문은 올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를 격려하고 경쟁국 추격 등 반도체 산업의 위협요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백 장관은 현장 방문에서 “반도체가 국가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과 가격조정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이 머지않아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부는 이 같은 위협에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과기정통부와 공동으로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후방 산업계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1차 테스트베드에서 소재 부품 장비의 기초 성능을 확인하고 대기업 양산라인에서 2차 성능 평가를 진행하는 단계적 검증 체계도 마련할 것이라 덧붙였다.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3가지 전략도 제시했다. 백 장관은 “우선 미세화 한계에 도달한 기존 메모리반도체를 대체하는 차세대 소자와 소재를 개발하고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팹리스의 시스템온칩(SoC) 설계와 파운드리 기업의 제조공정간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창업부터 성장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지원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반도체 소재, 장비기업의 국내 생산라인 유치 확대 등을 통해 한국을 '글로벌 반도체 제조 허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외국인 투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투자유치 지원제도를 개편하고 규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백 장관은 “기업을 위한 산업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반도체가 우리 경제의 대들보가 될 수 있도록 잠재된 역량을 펼쳐달라”고 말했다.

백 장관은 이날 삼성전자 평택 공장 방문에 앞서 SK하이닉스 이천공장을 찾았다. 정태성 낸드개발사업부문장(사장)을 만나 지난 27일 이천 M16 신공장 투자 결정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한편 반도체 업계는 핵심기술 유출방지와 퇴직인력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애로사항을 밝혔다. 특히 중국의 담합조사 등 경쟁국의 견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삼성전자의 경우 평택 반도체 공장 증설 관련한 전력 공급을 호소했고, SK하이닉스는 세액공제 확대 및 M16 신규고장 환경인허가 적기 승인을 요청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