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정보화 사업, 'SW사업대가' 무시한 채 발주...저가 사업 양산 '원흉'

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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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소프트웨어(SW)업체 A사는 국방부 무기 체계 SW 사업에 참여했다가 약 10억원 규모 적자 위기에 처했다. A사는 무기 체계 사업 발주 단계부터 사업 대가가 잘못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방위사업청이 방산 원가에 SW 사업 대가 기술자 임금 대신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직종별 노임 단가를 적용, SW 개발 비용이 낮게 잡혔다. 중기중앙회 컴퓨터운용사 임금은 시간당 1만2944원 수준이다. SW 사업 대가가 명시된 SW 초급기능사(시간당 1만4245원)보다 적은 가격으로 임금을 책정, SW 사업 전체 규모를 축소시켰다.

국방정보화 사업이 SW 사업 대가 대신 시중 노임 단가를 적용, 저가 사업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는 국방정보화 사업 발주 시 SW 사업 대가 기준을 적용, 적정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A사 대표는 “방사청이 원가 산정 시 SW 사업 대가가 아니라 일반 직종별 노무 단가를 적용하면서 SW 사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저가로 사업을 발주했다”면서 “SW 사업 대가로 산정했을 때 30억원 규모로 발주해야 하는 사업이 20억원으로 발주돼 10억원 적자를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근까지 방사청 사업을 여러 건 수주한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방사청 사업은 단순 SW 개발 사업보다 SW와 하드웨어(HW)가 결합되는 체계 사업이 대부분”이라면서 “체계 사업 노무비는 HW 설치 등 일반 노임과 SW 사업 대가를 혼재해서 책정해야 하지만 경계가 불분명, 일반 노임을 통용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업계는 SW 사업 대가 산정 미흡이 저가 SW 국방 정보화 사업을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행 방산 원가 가운데 제조 원가는 직접 및 간접 노무비로 책정된다. 직접노무비에 기본급, 제수당, 상여금 등이 포함된다. 기본급은 직종별 노임 단가(중기중앙회 발간)를 적용한다.

SW업계는 전문 분야 특성상 SW 노임 단가는 SW산업협회 등에서 별도로 정한 만큼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중·고·특급 등 인력 구성별로 편차가 큰 만큼 획일화한 기준으로 SW 사업 대가를 산정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SW 사업 대가는 국제 표준 기반으로 기능 점수를 산정, △컨설팅 △시스템통합(SI) △시스템관리(SM) 등 SW 사업을 유형별로 구분해 구체화한 가이드를 명시한다.

국방 SW업계 관계자는 “방위사업청 훈령(제425조)에도 SW 방위 사업은 SW 사업 대가 산정 가이드를 중용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SW 사업 대가를 준수해 발주하는 사례가 적다”면서 “저가로 책정된 사업을 수주하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국방 관련 중소 전문 SW 기업은 생존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W 사업 대가를 반영하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하거나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면서 SW 사업 대가가 정부 부처에서 안착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방 IT서비스업체 대표는 “미국은 국방부가 선진 기술을 먼저 도입해서 국방 SW와 IT 기술 개발 및 시장을 키우는데 앞장서고 있다”면서 “국방 SW 사업이 저가 사업으로 낙인찍혀 국산 SW 기술 개발을 가로막는 일이 없도록 국방부와 관련 부처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 관계자는 “청과 직접 하는 계약은 관련 규정에 따라 SW사업 대가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답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