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랍 속 '야놀자 카드'

[기자수첩]서랍 속 '야놀자 카드'

야놀자가 젠룸스 투자를 발표한 7월 27일 그동안 갱신하지 않고 서랍 속에 넣어 둔 야놀자 회원카드를 찾았다. 당시 모텔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혹여 남이 볼까 숨겨 놓은 카드다.

모텔 노동자 출신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전에 없던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 사람 인생뿐만 아니라 업계 지형도 바꿨다. 입구에서 눈치 보던 커플은 오간 데 없어졌다. 모텔은 당당한 숙박·문화시설로 자리 잡았다. 성장 과정에서 갑질, 경쟁업체 비방 등 잡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 대표가 28살에 5000만원을 들고 시작하지 않았다면 모텔을 이니셜로 부르며 쉬쉬하는 기간이 더 길어졌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최고 수준 스타트업 창업 지원을 한다. 사무실을 무상으로 빌려주고 성공한 창업가 멘토링이 붙는다. 국가 공인 액셀러레이터만 100개가 넘는다. 개인투자조합을 통한 출자는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심지어 실패 기업인 재기 예산까지 편성한다.

그럼에도 국내 유니콘을 노리는 청년 창업은 요원하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청년(15~34세) 창업은 전체 창업 가운데 22.9%를 보이고 있다. 가장 선호하는 분야는 인터넷 쇼핑몰이다. 5년 이상 사업을 이어 가는 청년은 10명 가운데 한 명 꼴이다. 대학생 창업 비율은 0.8%에 불과하다. 대학 창업지원센터에서 만난 학생이 기자에게 말했다.

“뭐만 하려고 하면 다 안 된대요. 전부 형사처분 규제가 붙어 있어요. 무서워서 시작이나 하겠어요?”

중국 대학생 창업 비율은 8%다. 왜일까. 마윈, 리옌훙, 레이쥔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일까. 네거티브 규제 때문일까. 실패에 대한 문화 차이에서 기인하는 걸까.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규제는 정부 당국 의지와 민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일어나지 않은 일에 형사처분을 걱정하지 않게 할 수 있다.

창업을 확산시키려면 규제 혁신이니 혁명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보다 과거 산업과 법·제도에서 개선할 부분을 손질해야 한다. 어떤 영역이 됐든 해외 서비스가 국내 사업 성장 발판을 빼앗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 변화로 사회 효용이 급증하는 시기는 사회 전체 이익에 부합될 때다. 야놀자 카드처럼 서랍 속에만 있다면 진전이 없다. 혹시 아는가. 계속 갱신했다면 지금쯤 학부모가 됐을지.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