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28>칼과 엘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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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애니메이션 '업(Up)'은 2009년 3D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칸 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유명한 작품이다. 전 세계에 걸쳐 총 7억3100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 작품 첫 4분 동안은 주인공 칼과 엘리의 결혼 생활이 몽타주처럼 그려진다. 결혼식, 신혼집들이, 아기방 꾸미기, 여행경비 모으기, 적금통장 깨기, 마침내 구입한 두 장의 비행기 표, 엘리의 입원과 죽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 짧은 4분에 수많은 관객이 눈물을 쏟았고, 픽사의 그 수많은 히트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고 장면으로 꼽힌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장례식장에 혼자 우두커니 앉은 칼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폴 피프 교수와 다커 켈트너 교수에게는 오래된 연구 주제가 하나 있다. 질문은 간단했다. 권력은 리더를 부패하게 만들까.

그동안 수없이 많은 경영 구루와 학자들이 바른 리더십을 조언해 왔다. 결과는 대우탄금(對牛彈琴) 격이다. 제프리 스킬링 엔론 최고경영자(CEO)부터 호텔 퀸으로 불리는 리오나 헴슬리까지 잘나가는 CEO의 부도덕성엔 끝이 없다.

몇몇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 경영진일수록 더 많이 소리 지르고, 시비 걸고, 모욕을 느끼게 하는 말을 한다. 심지어 도덕성 기준도 더 느슨했다. 많은 경영자가 권력이 만드는 함정에 빠져들어 있었다.

어떡하면 이 '권력 패러독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두 교수는 성공 리더십 사례를 모아 봤다. 공통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공감이었다. 2009년 가을 매출이 25%나 급감한 와중에 시급을 올린 제임스 시니걸 코스트코 창립자이자 CEO의 선택도 공감이었다.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맡겨졌고, 18살에 할인점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그의 모토는 '직원이 해고 위협에 전전긍긍한다면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였다. 그는 기꺼이 공감을 실천했다.

그다음은 감사와 관대함이다. 더글러스 코넌트 캠벨수프 CEO의 일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게 감사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코넌트는 자신이 경영진으로부터 편지 두 통을 받았을 때 느낀 우정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자신이 12년 동안 감사 편지를 무려 3만통 썼고, 캠벨수프를 위기에서 살려낸 CEO 전설로 남아 있다.

켈리 윈터스 그리말디 페이스북 프로덕트 매니저가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 일일이 누가 참여했는지 밝히는 이유도 이것이다. 사소하지만 자신을 위해 일해 준 누군가를 가치 있게 생각한다는 표현이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쿠키 몬스터'라는 시험이 있다. 지극히 정상인 세 명을 한 팀으로 해서 여러 팀을 시험실에 넣는다. 서로 알아갈 때쯤 임의로 한 사람을 골라 팀장직을 맡겨서 이런저런 의미 없는 회의를 진행시킨다. 그런 후 접시에 먹음직스런 과자를 넣어 준다. 문제는 과자가 4개뿐이라는 것.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 먹은 후 남은 마지막 네 번째 과자에 선뜻 손을 뻗는 사람은 완장을 찬 지 고작 1시간밖에 안 된 팀장들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그동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리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피프와 켈트너는 잘못된 선택으로 잃을 가장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고 말한다. “바로 당신이 누군가를 변화시킬 기회를 잃는다는 것이죠.”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