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필라이트 인기·종량세 전환 무산'에 발포주 출시 선언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후레쉬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후레쉬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가 선점한 발포주 시장에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도전장을 내민다. '1만원에 12캔' 등 높은 가성비를 앞세워 발포주 시장을 키워나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이르면 올 연말 발포주를 생산하기로 하고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발포주를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발포주는 수입맥주와 달리 대형마트에서 카스, 하이트, 클라우드 등 국산맥주와 같은 매대에서 판매돼 고민 끝에 발포주를 선보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발포주는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주류로 지난해 4월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를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특히 주세법상 기타주류로 분류돼 일반 맥주 주세율 72% 보다 낮은 30%를 적용받고, 교육세도 10%만 낸다. 때문에 시중에서 355㎖ 캔 가격이 717원에 불과해 높은 가성비로 인기가 높다.

실제 롯데마트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산 맥주 상품군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발포주 매출 비중이 7.6%에 불과했으나 8∼9월에는 16%에 육박했고, 올해 3월에는 15.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 같은 수치는 '필라이트 후레쉬' 출시 전 기존 필라이트 판매량만을 분석한 것으로, 현재는 약 10% 후반대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필라이트 후레쉬는 4월 출시 이후 기존 필라이트 판매 속도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3000만캔을 판매했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4배 이상 확대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필라이트 인기에 오비맥주도 발포주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발포주는 기술적으로 제조기술이 어렵거나 생산공정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초기 투자비용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비맥주는 광주공장에서 일본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자체개발상품(PB) 발포주를 생산하고 있어 시장 진입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오비맥주로서는 주력 맥주 브랜드 '카스'와 카니발리제이션(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카스가 유흥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로 시장 1위를 유지하지만 가정용 시장에서는 수입맥주에 이어 발포주에 시장을 잠식당하자 이를 회복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오비맥주가 발포주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로 '맥주 종량세 전환' 무산도 거론된다. 카스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수입맥주를 취급하는 오비맥주로서는 정부의 이번 종량세 전환에 기대를 걸었으나 전환이 무산되자 곧장 발포주 출시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혼술족' 증가 등 주류 트렌드 변화로 유흥용 시장이 줄어들고 가정용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는 상황”이라면서 “맥주 종량세 전환마저 무산된 가운데 가성비를 앞세운 수입맥주와 발포주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