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대프리카 對 홍프리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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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이다. 우리나라 전역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더위에 신음하고 있다.

참을 수 없는 더위에 국내 지역명을 아프리카에 합친 신조어가 부각 되고 있다. 원조는 '대프리카'다. 이는 '대구가 아프리카만큼 덥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생겨나, 매년 여름 높은 대구 기온을 표현하는 말이 됐다.

대구의 더위가 극심한 이유는 주변 지형에서 찾을 수 있다. '분지' 지형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분지는 사방이 산으로 막힌 지역이다. 대구 주변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팔공산 등이 둘러싸고 있다. 이 산들이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공기가 지역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막는다. 이 때문에 대구가 계속 뜨거운 상태를 유지한다.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대구를 시원하게 만들지 못한다. '푄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푄 현상은 산을 타고 넘어오는 바람이 건조한 열풍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구로 향하는 공기가 산을 만나 상승하는 과정에서 비를 뿌리게 되고, 산을 넘은 직후에는 고온·건조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또 대구는 사과가 유명할 만큼 일조량도 많은 지역이다. 여름마다 폭염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다양한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구는 올해에도 지난달 12일부터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어 더위 분야에서는 '전통의 강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전국을 가리지 않은 더위로 '가장 더운 곳'이라는 타이틀을 다른 지역에 넘겨주게 됐다.

이번에 떠오른 신흥강자는 강원도 홍천이다. 홍천은 지난 1일 최고기온 41도를 기록해 새롭게 '홍프리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같은 날 37.5도를 기록한 대프리카를 크게 앞질렀다. 이번 기록은 기상관측이래 111년 만에 나온 최고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1942년 8월 1일 대구에서 기록된 40도였다.

홍천이 더운 것 역시 대구와 같은 이유다. 홍천도 봉화산, 오성산, 오용산, 남산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해 있다.

푄 현상도 발생했다. 동쪽의 습윤한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어 홍천으로 향하면서 열풍으로 바뀌었다. 동해안에서 35도였던 공기가 산맥을 따라 내려오면서 해발 높이 100m당 10도 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맑은 날이 이어지면서 강한 햇빛과 복사열도 기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홍천의 강세가 오랫동안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례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홍천이 위치한 강원도는 본래 이 시기 남서풍이 부는 곳이지만 최근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남동풍이 불어 푄 현상이 발생했다. 특수 상황만 이어지지 않는다면 대프리카 강세는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대프리카나 홍프리카가 아프리카만큼 더울까? 정답은 '맞기도, 아니기도 하다'이다. 아프리카는 전 세계 육지 면적의 20%에 달하는 대륙이다. 적도 부근 더운 지역이 있는 반면에 극지방에 가까운 지역도 있다. 이 때문에 지역마다 기후가 다양하다.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 같은 곳은 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긴다.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이나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과 같은 곳은 낮기온이 40도를 훌쩍 넘긴다.

반면에 적도 인근에 위치하지만 우리나라보다 기온이 낮은 곳도 존재한다.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나 르완다 수도 키갈리와 같이 해발고도가 1000m를 넘는 곳은 1일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지 않았다. 지역과 상황에 따라 대구와 같은 우리나라 지역이 아프리카보다 더울 수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