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기업들 "이젠 배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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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레이저 용접 장치. (사진=트럼프레이저 홈페이지)
<트럼프의 레이저 용접 장치. (사진=트럼프레이저 홈페이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운 레이저 소스 기업이 배터리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 투자가 침체기이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용량이 점차 늘어나며 용접(Welding) 공정 기술 난도가 높아져 이 분야를 공략하려는 레이저 기업 움직임이 바빠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배터리 웰딩 시장에 독일 트럼프레이저와 IPG포토닉스, 일본 디스코 외에 새롭게 미국 코히런트가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코히런트는 이 분야 주요 기술을 보유한 독일 로핀을 인수했으며 최근 국내외 배터리 기업과 협력을 넓히고 있다.

코히런트가 배터리 시장 진입을 준비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한 트럼프레이저와 다시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핵심 공정 중 하나인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초기 삼성디스플레이가 코히런트의 엑시머 레이저를 채택했으나 이후 트럼프의 DPSS 방식도 채택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새 시장으로 떠오른 배터리는 최근 고밀도 파우치형 생산이 늘어나면서 레이저 용접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 장비 공정 중 조립이나 패키징 공정 장비를 만드는 회사는 레이저 소스를 활용해 웰딩 장비를 만든다.

파우치형 배터리 조립공정 말미 '탭 웰딩' 공정에 최근 레이저 용접이 쓰이기 시작했다. 배터리 제조사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용량에 따라 양극과 음극을 교차해서 적층해 젤리롤을 만든다. 용량이 클수록 젤리롤 두께가 두꺼워진다. 이후 양극에는 알루미늄 탭, 음극에는 구리 탭을 붙이는 탭 웰딩 공정으로 넘어간다. 기존에는 탭 웰딩 공정에 초음파 용접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초음파의 급격한 진동으로 접합부에 열을 발생시켜 탭을 융착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극판과 탭 적층 수가 많아지면서 품질 향상을 위해 레이저 용접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 다적층 박막을 다뤄야하기 때문에 고도의 용접 기술이 필요하다.

전기차용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만드는 LG화학은 탭 웰딩 공정을 두 단계로 나눠 레이저 용접을 적용했다. 1단계에서 초음파로 프리웰딩(가접)을 한 후 레이저 용접으로 2차 웰딩(본접)을 한다. 역시 파우치형 배터리를 만드는 SK이노베이션은 아직까지 초음파로 대응하고 있다.

배터리 모듈 패키징 공정에서도 배터리 탭을 연결용 부품인 버스바(busbar)와 병렬로 붙이는 공정에 레이저 용접이 쓰인다. 다만 용접 난도는 탭 웰딩에 비해 비교적 낮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서 양극과 음극 탭 적층수가 많게는 100장 정도로 양·음극이 각각 50장 정도 되다보니 고성능 레이저 용접 필요성이 커졌다”며 “탭 자체가 워낙 박막이다 보니 용접 과정에서 손상될 가능성도 있어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레이저 소스 기업 한 관계자는 “한국은 중소형 OLED 투자가 크게 줄었고 중국도 소강상태일 수 있어 새 시장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배터리 시장은 신기술을 도입해 성능을 높일 여지가 큰 만큼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