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충돌만 확인한 '실패한 공론화'...정책결정 신뢰도 만회 시급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 공론조사를 계기로 공론화 무용론이 고개를 들었다. 국민 대립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충분한 토론으로 하나의 안을 내고자 도입됐지만 국민 갈등만 확인하고 소득이 없었다. 복잡한 공론과정으로 떨어진 정책결정 신뢰도를 만회하기 위한 대책이 요구됐다.

김영란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영란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3일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다시 국가교육회의로 공을 넘겼다. 의견조사 결과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은 지난 4월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로, 국가교육회의가 다시 대입개편특위, 공론화위원회 순으로 책임을 넘겼다. 공론화위원회가 대입개편특위와 국가교육회의로 결정을 미루면서 4개월 여만에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왔다.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결과를 바탕으로 7일 대입개편 방향을 발표한다. 국가교육회의가 개편안을 결정하면 교육부가 이달 말 자체 검토의견을 더해 최종안을 내놓는다.

공론화위원회는 4월 30일부터 7월 29일까지 예산 20억원을 쓰고도 4가지 안 중 결론을 내지 못했다.

1점부터 5점까지 선호도를 표시하는 리커트 척도 조사에서 4가지 안 중 1안과 2안이 각각 1위와 2위로 집계됐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이 모든 학과에서 정시 수능위주전형으로 45%를 선발하고 수능은 상대평가를 유지한다는 1안과 정시비율은 대학자율에 맡기고 수능은 전과목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는 2안은 서로 완전히 대립되는 안이다. 1안은 3.40점, 2안은 3.27점으로, 0.13점 차이에 그쳤다. 시민참여단 숫자와 문항 수 등을 고려했을 때 0.23점 이상이 나야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게 공론화위원회 설명이다.

김영란 위원장은 “다수 의견이 나올 사항이었으면 공론화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대안을 선택하기 보다는 시민 생각을 읽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굳이 많은 예산과 시간을 투입하지 않아도 됐다고 꼬집었다. 여러 의견에 대한 갈등은 앞서 포럼이나 여론조사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영란 위원장이 3일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영란 위원장이 3일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가 대립된 의견을 숫자로 보여주는 데 그치면서 각계 갈등은 오히려 커졌다. 국가교육회의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1안으로 낙점할 경우, 비슷한 수준의 2안 지지자 반발에 부딪힌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1안과 2안을 같은 수준 지지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국교총은 “'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공론화위원회-시민참여단'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층층 구조'로 공론과정이 복잡해져 정부 정책결정 신뢰성과 책임성에 의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학교교육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는 “공론화 운영과정이 미숙해, 제대로 된 시민참여단 공론화 결과를 얻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평했다. 이 단체는 “국가교육회의가 '수시·정시 비율은 대학자율로 하되 수능 정시전형은 현재보다 확대되지 않도록 하고 수능 전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안'을 심의·의결하고 교육부에 권고할 것”을 촉구했다.

<대입개편 공론화 의제의 주요 내용과 공론화 결과>

의견 충돌만 확인한 '실패한 공론화'...정책결정 신뢰도 만회 시급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