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오디오 콘텐츠 시장 확대… 보는 시대에서 듣는 시대로 회귀

[이슈분석]오디오 콘텐츠 시장 확대… 보는 시대에서 듣는 시대로 회귀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최강자 '넷플릭스'가 최근 라디오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미국 위성라디오 사업자 시리우스 XM과 내년 1월부터 코미디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오디오 사업자랑 손잡은 건 처음이다.

구글도 인공지능(AI) 스피커인 구글홈으로 즐길 수 있는 '구글 팟캐스트' 앱을 6월에 내놓았다. 구글이란 명성 덕인지 출시한 지 한 달여 만에 다운로드 수 100만 건을 돌파했다.

최근 들어 듣는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다. 단순 음악에서 뉴스, 토크 등 방송을 따라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외면받던 라디오가 인터넷에서 부활한 모양새다. 음성 인식 기반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보급 확대도 한몫 했다. 글로벌 IT기업이 오디오 콘텐츠 쪽에도 힘을 싣기 시작한 이유다.

◇오디오 콘텐츠, 팟빵이 주도... 네이버도 가세

이러한 흐름은 국내서도 감지된다.

국내 팟캐스트 시장은 팟빵이 주도한다.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팟빵은 동영상 위주던 콘텐츠 시장에 오디오 팟캐스트로 승부수를 던졌다. 팟캐스트는 애플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의 합성어로 라디오 형식 프로그램을 뜻하지만 현재는 오디오 위주 개인방송으로 통용된다.

팟빵은 정치나 시사 콘텐츠를 시작으로 시장을 선점, 최근에는 경제와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아우른다. 덕분에 누적 앱 다운로드 수 약 350만건, 방송채널 수는 1만이 넘는다. 위협할 만한 경쟁자가 없는 압도적인 1위다. ICT업계에서도 국내 팟캐스트 시장의 70%를 팟빵 몫으로 본다.

팟빵 인기는 사용자 수가 말해준다. 팟빵 한달 활성사용자(MAU)가 80만을 헤아린다. 이 가운데서 하루 활성사용자(DAU)는 절반 수준인 40만이다. 열혈 청취자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대형 플랫폼도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월 팟캐스트, 오디오북 등 오디오 콘텐츠를 모아 놓은 '오디오클립'을 베타버전 형태로 선보였다. 검색기능을 앞세워 네이버 모바일 검색창에서 팟캐스트를 손쉽게 찾도록 했다. 인문, 경제〃 경영, 아동, 문학 등 400여 오디오 채널을 운영 중이다. 업로드된 음성파일은 3만 개에 이른다.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는 팟빵과 달리 출판사, 라디오 방송국, 개인 전문가 등이 창작자로 참여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NHN벅스를 통해 팟캐스트 플랫폼인 '팟티'를 출시했다. NHN벅스는 서버 호스팅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작자를 끌어모았다. 앱 내에서 간편하게 녹음〃편집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누구나 앱으로 녹음해 팟캐스트를 만들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오디오 콘텐츠의 강점, '멀티태스킹'

오디오 콘텐츠 소비가 늘어난 이유는 동영상과 달리 콘텐츠를 소비하면서도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졌다.

팟빵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를 봐도 알 수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팟빵을 청취하는 시간이 집안일과 대중교통 이용할 때라고 응답한 비율이 52%로 가장 많았다. 운전이 41%로 뒤를 이었다. 따로 시간을 내서 듣는다고 답한 이용자는 37%에 그쳤다.

김동희 팟빵 대표는 “청취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팟빵을 듣는 시간은 단순히 시간때우기가 아닌 여유 시간을 알차게 쓴다고 인식한다”면서 “동영상 콘텐츠는 따로 시간을 내야 하지만 오디오 콘텐츠는 집안 일 하면서도 정치나 경제, 영화, 스포츠, 연예 등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재밌게 습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스피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서비스 보급도 오디오 콘텐츠 시장 확대를 부추겼다.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연간 100만대 규모로 추산된다. SKT를 시작으로 KT와 네이버, 카카오도 가세했다.

SKT와 KT는 가정용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보급을 확대했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카카오는 자체 판매만으로 6개월여 만에 카카오미니 20만대를 팔아치웠다.

구글은 이르면 이달 안에 구글홈과 구글홈 미니를 국내 시장에 도입한다. 지난달에는 안드로이드 오토로 국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에 발을 들였다. 카카오내비게이션과 연동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내비게이션에서 카카오미니 기능을 쓸 수 있도록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포털 한 관계자는 “AI 스피커가 보급이 늘면서 음성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면서 “팟빵이 수년간 팟캐스트 시장을 장악했지만 다수 이용자 확보로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순 유통에서 자체 제작까지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는 단순 유통에서 직접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오리지널 콘텐츠다.

넷플릭스는 몇년간 크리스 록, 데이브 샤펠, 에이미 슈머 등 인기 코미디언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크리스 록은 HBO가 제시한 가격의 두 배인 4000만 달러를 주고 전속 계약을 맺었다. 유명 심야방송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만과도 오리지널 쇼를 제작 중이다.

네이버는 팟캐스트 창작자 활동비, 녹음시설 등을 지원하면서 우수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오디오클립에 참여할 창작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선발된 오디오 창작자는 '윤동주 시 100선', '세계영화작품사전' 채널에서 활동 중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4월부터 돈버는 모바일 퀴즈쇼 페이큐(PAYQ)를 시작했다. 인기에 힘입어 주 12회로 확대 편성했다. 최근에는 중앙일보, JTBC콘텐트허브와 공동 기획한 '리궁수다', '윤석만의 인간혁명' 방송을 팟티를 통해 선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9년엔 팟캐스트 광고 시장이 1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해 라디오 광고 시장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오디오 플랫폼에 다양한 콘텐츠가 실리는 만큼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