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다운사이징 터보엔진 확대 적용…“2020년 환경규제 대응”

현대·기아자동차가 2019년형 모델을 시작으로 다운사이징 터보엔진을 본격 적용한다. 기존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으로는 2020년 강화되는 배출가스, 연비 등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되면 다운사이징 터보엔진을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라인업 전체에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자동차 소형 SUV 스토닉 (제공=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소형 SUV 스토닉 (제공=기아자동차)

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토닉' 2019년형 모델에 1.0 가솔린 터보엔진(T-GDi)을 추가 적용했다. 현대차도 '코나', '엑센트' 등 소형차 라인업에 1.0 가솔린 터보엔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스토닉 1.0 가솔린 터보 모델은 기존 유럽시장에서만 판매됐다. 국내 적용된 1.0 T-GDi 엔진은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7.5㎏.m의 힘을 발휘한다. 현재 국내 스토닉 가솔린에 장착되는 가장 작은 엔진은 1.4 MPi 엔진이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00마력, 최대토크 13.5㎏.m에 불과하다. 배기량이 작은 터보 엔진이 힘에서 월등히 앞서는 것이다.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0 터보 엔진이 115g/㎞, 20㎞/ℓ로 1.4 엔진(125g/㎞·18.2㎞/ℓ)보다 우수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독일,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탄소배출량을 맞추기 위해 다운사이징 터보엔진을 일찌감치 도입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차급별 배기량이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잡고 있어서 변화가 쉽지 않았지만 최근 준중형부터 대형차까지 다운사이징 터보를 장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쏘나타 에코 북미 모델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쏘나타 에코 북미 모델 (제공=현대자동차)

현대·기아차는 향후 차급별 △경·소형차 1.0 터보 △준중형차 1.2 터보 △중형차 1.6 터보 △준대형차 2.0 터보 △대형차 2.5 터보 등 다양한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장착할 계획이다. 일부 엔진은 이미 개발을 완료해 양산차에 적용되고 있고, 일부는 개발 중이다.

가장 먼저 변화를 가져온 차급은 중형차다. 현대·기아차는 '중형차=2.0 엔진' 이라는 공식을 깨고, 1.6 터보 엔진을 쏘나타, K5에 장착했다. 미국에서는 '에코(Eco)'라는 라인업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후 르노삼성차 'SM5', 'SM6', 한국지엠 '말리부' 등에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확산됐다. 최근에는 준중형 해치백 'i30', '벨로스터'에 기존 1.6 가솔린 엔진 대신 1.4 가솔린 터보 엔진을 적용하면서 힘, 연비를 모두 향상시켰다.

현대자동차 해치백 i30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해치백 i30 (제공=현대자동차)

현대·기아차가 전 라인업에 다운사이징 터보엔진을 확대 적용하는 것은 국내 및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 복합연비 24.3㎞/ℓ 기준을 맞춰야 한다. 또 질소화합물 배출량도 현재보다 90% 이상 감소시켜야 한다. 현대·기아차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도 2020년까지 연비 규제를 2015년 대비 각각 24%, 28% 강화한다.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 130g/㎞에서 2020년 95g/㎞로 강화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020년까지 '연비향상 로드맵'에 맞춰서 가솔린 엔진은 11∼13%, 디젤 엔진은 16∼18% 효율성 향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내연기관 시장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개발(R&D)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