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불모지 일본, VC 투자 6배 급증...규제 샌드박스 적극 활용

'스타트업 불모지'로 불리던 일본이 개방형 혁신으로 선순환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규제 샌드박스를 조성, 신산업 성장을 촉진하고 대학·대기업 협력 기반을 다졌다.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VC) 투자는 7년새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규제에 가로막혀 유망 스타트업 사업 포기가 속출한 국내에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원장 신승관)은 7일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활성화되는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에서 일본 스타트업 VC 투자 규모가 급증, 2011년 120억엔에서 지난해 709억원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 선순환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자료:무역협회)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 선순환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자료:무역협회)

일본은 최근 스타트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정부 지원을 확대했다. 지난해 기준 유니콘 스타트업은 온라인 중고 쇼핑몰 '메루카리'와 인공지능 개발 벤처 '프리퍼드 네트웍스' 두 개다. 차세대 유니콘으로 추정되는 기업가치 100억엔 이상 스타트업도 22개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6월 글로벌 수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J-스타트업'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20개 유니콘 창출이 목표다. 대기업, VC, 엑셀러레이터 등 J-스타트업 서포터즈와 정부 관계부처가 성장을 종합 지원한다.

특히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활용, 스타트업 민원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국가전략으로서 신산업 스타트업에 한해 현행 규제를 일시적으로 면제한다. 핀테크·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스마트 시티 분야 스타트업은 신규 비즈니스 모델 검토 기간 동안 관련 규정 및 규제 준수 의무가 면제된다.

대학교·기업 등이 스타트업과 상호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확산도 일본 스타트업 활성화 핵신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대학은 펀드와 VC 등을 설립,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선다. 도쿄대가 설립한 UTEC는 540억원을 운용, 총 9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대기업도 과거 기술 흡수 목적에서 최근 신성장 동력 발굴 및 관련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 모델로 전환했다. 일본 미즈호 은행은 고객·금융 정보를 스타트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뱅크API를 채택, 대표적인 일본 핀테크 스타트업 머니포워드 성장 발판을 제공했다.

보고서는 국내에서도 직접적인 스타트업 지원보다는 생태계 선순환 창출에 주안점을 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교·대기업, 스타트업 간 협업 확대와 더불어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비롯한 규제 완화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구글캠퍼스 서울 등 조사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누적 투자액 상위 100대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창업했을 시 57%는 각종 규제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 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 공유경제 기반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세계시장에서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택시업계 반대와 정부 규제로 유망 스타트업 사업 길이 막힌 실정이다.

김보경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개별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 개방형 혁신 촉진 등 스타트업 생태계 혁신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