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R&D 관리기관 통합, 이제 시작

정부가 연구관리(R&D) 전문 기관 통폐합을 단행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R&D 기획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고도화가 가능하다는 긍정적 시선도 있지만 시너지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기자수첩]R&D 관리기관 통합, 이제 시작

우려에는 배경이 있다. 그동안 정부 연구관리기관 통폐합 논의가 뚜렷한 철학 없이 정해진 목표를 향해 무작정 달려가는 모습을 보인 것도 하나의 이유다.

연구관리기관 개편은 오래된 주제다. 한 대학교수 보고서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에 반영되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관리기관을 유사성 기반으로 4개로 묶자는 것이 골자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ETPI)이 제시한 6개 연구관리기관으로의 통폐합 방안과 일정 부분이 유사하다.

정부 논의 과정에서 통폐합 방안은 방향성을 달리했다. 올해 초 경제장관회의에서 '1부처 1기관' 원칙이 확정됐다. 기관별 유사성을 기반으로 한 통합과는 거리가 있는 선택이었다. R&D 기획 단계에서 부처 칸막이를 없애자는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았다. 연구계에선 당초 취지는 사라지고 연구관리기관 통폐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내놓은 편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 직속 정책자문기획위원회에서도 '1부처 1기관' 방안을 두고 회의적 목소리가 나왔다. 중요한 것은 연구관리기관 특성을 감안한 개편이지 기관 수가 아니라는 지적이 따랐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려를 불식하고 당초 목표대로 R&D 기획 단계부터 성과 확산까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숙제다. 정부는 물리적 통합과 함께 소프트웨어적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직 외형도 중요하지만 실제 기관 간 유기적 통합에 힘쓰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전문관리기관 효율화 특별위원회를 전면 개편했다.

특위를 중심으로 R&D 기획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연구관리기관 통합은 끝이 아니다. R&D사업의 기획·평가·관리 혁신은 이제 시작이다. 현장의 불만을 잠재우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길 당부한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