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 후자'의 반란...삼성SDI·삼성전기 실적 호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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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삼성 후자'의 반란...삼성SDI·삼성전기 실적 호조 왜?

삼성 '후자(後者)'의 실적 반란이 무섭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인 삼성SDI와 삼성전기는 그동안 삼성전자 대비 실적 규모가 작고 높은 삼성전자 의존도 때문에 스마트폰 시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 삼성전자와 대비되는 의미로 '삼성 후자'로 불렸다.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 둔화로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꺾이고, 스마트폰 부품사 실적과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지만 삼성SDI와 삼성전기 실적과 주가는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독자 영역을 개척하고 고객사를 다변화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삼성전자 영향을 받지 않는 신사업으로 육성한 '킬러 아이템'이 주효했다. 삼성SDI는 삼성전자 실적에 영향을 받지 않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와 비(非) IT용 원통형 배터리 매출이 크게 늘었고, 삼성전기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특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모두 시장이 당분간 호황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향후 실적 전망도 밝다.

삼성SDI 올해 연간 실적은 작년 대비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 역시 올해 15% 이상 매출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초 10만6000원이던 삼성SDI 주가는 두 배 올랐고, 삼성전기 주가는 올해 들어 60%나 상승하며 삼성그룹 내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진다.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의 부활'

삼성SDI 지난 2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은 2조248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3.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696.5% 늘어났다.

지난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를 겪으며 9263억원 대규모 적자를 내며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지난해 2분기 흑자전환 이후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분기에도 ESS용 배터리와 원통형 전지 관련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호실적을 이끌었다. 모두 삼성전자 영향을 받지 않는 사업 분야다.

ESS용 배터리는 국내외 ESS 시장 호황을 타고 아직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지 못한 자동차전지 투자 지출을 메꾸며 중대형전지 사업 부문 실적을 견인했다.

소형전지 부문 효자는 원통형전지다. 갤럭시S9 판매 부진과 신규 스마트폰 출시 공백으로 폴리머전지 매출이 하락했지만 원통형전지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2000년대 노트북, 캠코더, 게임기 등에 주로 사용되던 원통형전지는 노트북 디자인 슬림화와 스마트폰 발달로 입지가 크게 줄었지만 최근 전동공구와 청소기, 전기자전거 등에 활발히 채택되며 다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원통형전지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전동공구는 기존 니켈카드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로 빠르게 전환되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SDI는 2005년 일본 업체가 90%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전동공구용 배터리 시장에 진출한 이후 보쉬, TTi, 스탠리블랙앤드데커, 마키타 등 4대 메이저 전동공구 업체에 모두 배터리를 공급하며 2013년부터 50% 안팎 점유율로 6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전동공구 외에 무선청소기, 정원공구, 전기자전거, 골프카트, ESS 등 다양한 분야로 원통형전지 수요처가 늘고 있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업계 처음으로 원통형전지를 장착한 전기차를 내놓은 테슬라를 시작으로 서서히 채택이 늘고 있다. 전기차 한 대당 수천개 원통형전지가 탑재되기 때문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원통형전지 시장 최대 경쟁사인 일본 파나소닉이 테슬라 전기차용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면서 수급이 빠듯해져 이에 따른 반사이익도 보고 있다.

삼성SDI는 기존 18650(지름 18㎜, 길이 65㎜) 원통형전지보다 에너지 밀도를 최대 50% 늘려 부가가치가 높은 21700(지름 21㎜, 높이 70㎜) 배터리를 신제품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손미카엘 삼성SDI 전지부문 전략마케팅팀 전무는 “전동공구 시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로 전환 수요가 굉장히 높아 장기적으로 연평균 10% 이상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올해도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전기자전거, 전기차, ESS 등 모든 분야에서 연간 수요 고성장이 예상돼 매출도 따라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 올해 매출액 컨센서스는 9조1067억원으로 지난해 6조3216억원 대비 44.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565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84.1% 증가가 예상된다.

◇삼성전기 'MLCC가 효자'

삼성전자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실적 영향을 크게 받는 부품사였다. 지난해부터 중화권 스마트폰 제조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고객 다변화하고, 또 다른 주력 제품인 MLCC 시장도 초호황이 지속되면서 스마트폰 시황과 상관없이 꾸준히 호실적을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2분기 매출 1조8098억원, 영업이익 20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6%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93% 늘어난 수치다.

컴포넌트 솔루션 부문은 IT용 고용량 MLCC와 산업·전장용 MLCC 판매 확대로 작년 동기 대비 60% 증가한 8686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카메라모듈과 통신모듈 등이 주력인 모듈 솔루션 부문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7% 감소하고, 스마트폰 메인기판(HDI)과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등을 만드는 기판 솔루션 부문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것과 비교해 컴포넌트 솔루션 부문 실적 호조가 두드러진다.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MLCC는 전기를 보관했다가 필요한 만큼의 전류를 흐르게 해줘 전자제품이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 범용 제품이다.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가는 MLCC 개수는 800~1000개에 달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서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MLCC는 1만2000~1만5000개에 이를 전망이다. 전장용 MLCC는 단가가 IT용보다 4배가량 높다.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에 일본과 한국 일부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며 공급은 제한돼 있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2002년 이후 공급과잉으로 가격 하락세가 계속됐지만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보급과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됐다. 글로벌 MLCC 시장 1위인 일본 무라타가 전장용 MLCC에 집중하면서 IT용 MLCC 시장 공급부족이 심화된 것도 삼성전기가 반사이익을 누리는 계기가 됐다.

MLCC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삼성전자 의존도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기 연간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61.8%에서 2016년 56.8%, 지난해 47.8%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MLCC 호황이 최소 202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격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 실적 전망도 밝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기 예상 매출은 7조9756억원으로 작년보다 16.6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886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90%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해 초 5만원대였던 삼성전기 주가는 3배 가까이 올랐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중화권 모바일 제조사 수요 확대, 자동차 전장화에 따라 MLCC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재 공급 부족 상황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IT용 하이엔드 MLCC와 전장용 MLCC를 중심으로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 노력을 통해 매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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