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R&D 예산 20조 시대...'저성과' 해소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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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ISTEP
<자료: KISTEP>

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사상 최초로 20조원을 넘어선다. 정부가 내년 예산 운용에 있어 혁신성장 투자 확대에 방점을 찍음에 따라 올해 국가 R&D 예산(19조7000억원) 규모를 넘어 20조원 시대를 연다.

지난 5월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에서 확정한 내년 주요 R&D 예산은 15조7000억원이다. 이 예산에 기획재정부가 편성하는 일반 R&D 예산이 더해져 전체 국가 R&D 예산이 정해진다. 지난해 편성한 올해 일반 R&D 예산은 4조원으로 정부 혁신성장 투자 확대 기조를 감안하면 예산 20조원 시대 개막이 예고됐다.

김동연 경제 부총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R&D 예산이 사상 최초로 20조원을 넘는다”면서 “연구자가 자율성을 가지고 창의연구를 하도록 기초연구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내년 국가 R&D 예산이 올해와 비슷한 19조원 후반대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가 내년 주요 R&D 예산을 올해 대비 0.06% 늘리는데 그치면서 R&D 투자 경색 기조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따랐다.

국가 R&D 예산은 2000년 들어 10%대 증가율을 유지했다. 2010년 13.7%를 기점으로 10%대 증가율은 깨졌지만 2015년까지 매년 5~8%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2016년 정부가 '재정지출 효율화' 기조를 내걸면서 증가율은 올해까지 3년째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을 기점으로 R&D 예산 증가율이 다시 고공비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따른다. 김 부총리는 “대통령 이하 모든 부처가 혁신성장에 진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행보를 지속할 것”이라며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R&D 예산 20조원 시대가 열렸지만 숙제도 분명하다. 우리나라 R&D 시스템엔 '저성과'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대규모 투자에 비해 글로벌 시장 선도 기술이나 국민이 체감할만한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R&D 투자 규모는 글로벌 수위권이다. 2015년 GDP 대비 총 R&D 투자 규모는 4.23%로 세계 2위다. 절대 규모로는 세계 5위에 해당한다. R&D 투자 성과로 2011년부터 5년간 SCI급 논문 건수가 연평균 6% 증가 추세를 보이는 등 성과를 보였지만 질적 성장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논문 1편당 평균 피인용 횟수가 세계 평균 0.58보다 낮은 0.53을 기록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16년 기준 과학기술경쟁력에서는 전년 대비 2계단 하락해 8위로 미끄러졌다.

R&D 투자 규모와 R&D 양적 성과 측면에서는 진전을 보였지만 질적인 성장과 체감할 수 있는 성과 확산이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정부도 한계를 절감하고 R&D 시스템 전반을 혁신한다는 목표다. 현재 부처별로 흩어진 R&D 관기기관을 '1부처 1기관' 원칙으로 통합하고 R&D 관리 시스템도 일원화할 방침이다. 도전, 혁신적 기초연구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늘리고 연구과제중심운영제(PBS)도 개편한다. 성과가 미흡하고 관행적으로 추진하는 장기 대형사업은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시행한다. 중앙 정부 주도 R&D 기획에서 벗어나 지역이 주도하는 지역수요 맞춤형 R&D를 확대하고 대형 사업에는 종합사업관리(PM)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책과장은 “R&D 기획이 사실상 R&D 성패를 좌우한다”면서 “연구자가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더불어 장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R&D 생태계를 구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