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타타 상용차 공장 가동률 50% 붕괴…“이대로 가면 문 닫을 판”

“이대로 가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합니다.”

상용차 업체 한 직원은 국산 상용차 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시장이 잔뜩 움츠러든 데다 수입차 할인 공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상용차 시장이 위기다. 국내외 판매 부진이 장기화된 가운데 수입차 잠식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출길도 꽉 막혔다. 신흥 시장에서조차 현지 업체에 밀려나면서 수요가 급감했다. 승용차에 밀려 관심도가 낮지만 국내 상용차 추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 국내 상용차 대표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타타대우상용차 공장 가동률은 50% 이하까지 추락했다. 수많은 협력사도 덩달아 위기에 처했다. 반면에 수입 상용차 업계는 공격적 할인 정책을 앞세워 해마다 20%대 판매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상용차 생산거점인 전주공장 전경. 재고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현대자동차 상용차 생산거점인 전주공장 전경. 재고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15일 국내 차량 데이터 조사 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내 상용차 판매는 3만1456대(1톤급·소형 제외)이다. 이 가운데 국산차는 2만5916대(82%), 수입차는 5540대(18%)로 각각 집계됐다. 상용차 시장 규모는 수년째 그대로인 가운데 수입차 판매는 3년째 2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상용차 생산 거점 전주공장 생산직 47명을 기아차 광주공장으로 전환 배치했다. 전주공장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현대차 생산직을 기아차에 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례적인 인력 재배치는 판매 저조와 가동률 저하 영향이다. 향후 추가 재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간 10만대 생산 규모를 갖춘 전주공장 생산량은 2014년 6만9577대에서 지난해 5만7830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공장 가동률은 50%를 밑돌고 있다. 재고 차량 문제도 심각하다. 공장 내 공간이 부족하자 협력사 주차장까지 빌려서 생산 차량을 세워 놓고 있다.

타타대우상용차 노조 소식지에 실린 야적장 사진. 재고 차량 2000여대가 주차돼 있다.
타타대우상용차 노조 소식지에 실린 야적장 사진. 재고 차량 2000여대가 주차돼 있다.

타타대우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군산공장 생산직 1000여명은 지난달 말 일주일 하계휴가 이후 직무에 따라 이달 2~3주씩 연장 휴가에 들어갔다. 판매가 줄면서 공장을 계속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가동률도 줄곧 50%를 넘지 못했다.

군산공장 인근 야적장에는 재고 차량 2000여대가 쌓여 있다. 신차 가격으로 환산하면 1600억원 이상이다. 경영 악화로 내년에 출시하려던 중소형 트럭과 버스 사업 계획도 전면 중단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로 가뜩이나 움츠러든 군산 지역 경제도 찬바람으로 싸늘하다. 협력사들은 물량이 없어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수입 상용차는 공격 프로모션 바탕으로 고속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국산차보다 신차 가격이 20~30% 높지만 구매 혜택을 적용하면 큰 차이가 없다. 일부 업체는 1억원 이상 대형 트럭을 구매하면 최대 3000만원 상당 주유권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차 업계 판촉 강화에 국산차 업계는 속수무책이다. 업계에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가동률 저하로 결국 폐쇄된 한국지엠 군산공장처럼 최악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용차 업계 관계자는 “상용차는 승용차보다 판매 가격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이라면서 “국산차 업체들이 수입차와 경쟁에 내몰리면서 수년째 차량 가격에 물가 상승분조차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에서 국산 상용차가 생존하려면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제품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판매 저조와 수익성 악화로 신차 개발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