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 "정부 교육정책 '오년지소계' 전락…교육 바로세우기에 힘쓰겠다"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교육은 5000만 국민 모두가 정책의 대상자다. 그래서 어렵다. 대입전형 논란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는가. 어느 분야보다 국회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10년 만에 부활한 국회 교육위원장직을 맡은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14일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회 역할을 강조했다. '공론화'처럼 책임을 회피하는 방안이 아닌 학교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교육위원회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교육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무상교육 고등학교 확대 등을 위한 법안 처리도 약속했다. 청와대와의 교육 정책 소통창구로 '교육수석'의 부활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18~20대 3선 의원(경기 수원)이다. 20대 국회 전반기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하다 후반기 들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분리된 교육위원장을 맡았다. 18~19대 국회에서는 행정안전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해양위원회) 등을 거쳤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교육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각오는.

▲교육은 '나보다 내 자식이 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사다리다. 대한민국의 번영은 교육으로부터 시작됐다. 최근 우리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0년 만에 교육위원회가 부활한 것은 국민 관심이 크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교육을 전담하는 상임위원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대안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국민 말씀을 새겨듣겠다.

'교육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의 말처럼 교육이 바로 서야 행복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

교육이 국민 신뢰와 사랑 속에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가는 튼튼한 디딤돌이 되고, 모든 학생의 꿈을 실현하는 희망의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다하겠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 특히 수능 등 대입관련 정책에 혼선이 많다.

▲교육 정책의 갈지자 행보로 학생과 학부모가 매우 불안해 한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여야 할 교육 정책이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로 전락했다.

정부는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고 여론 역풍이 불면 보류하거나 다른 곳에 떠넘기고 있다. 지난 10년 간 우리 대입정책은 수시를 확대하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으로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대두되면서 정시 확대 요구가 다시 높아졌다.

정시 확대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다만 급격한 확대는 학교 교육이 수능 과목 위주 암기식, 문제풀이식 교육으로 회귀할 우려가 있다. 일선 교육감 반대도 큰 만큼 적정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론화위원회도 절대평가 확대는 중장기 과제라고 했다. 절대평가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를 확대하더라도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청와대나 정부의 교육 지원 정책 조직이나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소통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소통만 하려는 것도 문제다. 교육정책 비전과 철학, 결정까지 국민에 떠넘기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다. 무원칙, 무신념, 무책임을 개혁하고 중장기 플랜으로 교육 예측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고도의 정책 판단이 요구되는 대입개편 방향을 시민참여단에 맡기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스럽다. 공론화를 통해 결정된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이슈와는 성격이 다르다. 교육은 매우 복잡한 현안이다.

소통 취지는 좋지만 공론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책임도 분산되는 만큼 민감한 사안을 처리하는 책임회피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회 역할이 중요하다. 교육위 차원에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청와대 내 교육수석 부활도 검토해야 한다. 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볼 때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청와대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

-국회 계류된 교육 법안 중 시급한 법안은.

▲교육 중립성 확보를 위해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검·인정 한정을 법률로 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통과가 요구된다. 중립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교육위는 또다시 파행될 수 있다. 다시는 국정역사교과서 같은 사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

무상교육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해야 한다. 교육위에 고등학교 무상교육 법적 근거 마련 및 재원조달을 위한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등이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도 처리해야 한다.

-코딩과 SW 교육에 관한 올바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정확한 현황 파악을 위한 통계를 마련하고, 전문 교사 확보와 학교 현장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공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공교육이 자리 잡기도 전에 사교육만 활성화되면 가계 교육비 부담이 오르고 교육과정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인력양성, 미래성장 동력을 위한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도 필요하다. 코딩과 SW교육은 21세기를 살아갈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본 소양이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미래지향적 인재를 양성할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우리 교육은 입시 위주로만 흐른다.

▲단순 암기에만 강한 인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협업과 복합적인 문제해결능력, 논리적 사고 배양 중심으로 교육을 전환해야 한다. 현장중심 프로젝트형 학습, 평생직업 교육도 중요하다.

교육과 인프라, 법률시스템 등 종합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등한시하면 기업은 결국 해외로 이전한다. 국가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과 신산업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대학이 위기다. 당장 2020년부터 전체 대학정원 미달사태가 일어난다. 대학이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혁신하려 해도 규제가 너무 많다는 불만도 있다.

▲학령인구가 갈수록 감소하고 학생 수보다 정원 수가 더 많은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서, 대학 구조조정은 시대적 과제가 됐다.

제반 여건이 다른 대학을 일반대, 전문대로만 나눠 동일한 진단 지표로 검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재학생 충원률, 취업률, 장학금 지급률 등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방대학에 구조조정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 지방대학 고사로 이어져 지역경제를 황폐화하고 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고등교육 공공성을 확보하고, 학생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고등교육 교부금을 신설하는 방안 외에는 현실적인 해결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최근 정부가 부처 합동으로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직업교육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는가.

▲취지는 좋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성이 부족하다. 기존 정책 짜깁기라는 비판을 잠재우려면 마스터플랜을 실질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있어야 한다. 컨트롤타워와 인력, 예산 등 정책 집행 수단도 확보해야 한다.

현장중심 교육에 뿌리를 두고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이 인재양성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실무교육 질을 제고해야 한다.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개선이 필요하다. 지역 산업체와 전문대학의 유기적 결합이 이뤄져야 청년일자리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