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문 대통령, 북 비핵화 전제로 한 경협 확대 카드 꺼내든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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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경제협력 확대 '청사진'을 꺼내든 것은 북한에 전향적인 태도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이는 향후 미국에도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명분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러면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남측에 '제2 개성공단' 들어서나

문 대통령은 단기 경제협력으로 북측이 조속한 개통을 원하는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올해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남북이 이끄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설립과 경기·강원도 일대 '통일경제특구' 사업을 제안했다. 두 사업 모두 청와대가 공식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설립 제안은 두 번의 세계 대전 직후인 1951년 유럽 6개국이 전쟁 방지·평화 구축·경제재건 등을 목표로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창설했던 것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중·일·러·몽골 등 동북아 6개국에 미국까지 포함시켜 한반도 평화 촉매제 역할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통일경제특구는 남측에 설치되는 '제2의 개성공단'이다. 문 대통령이 상세한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접경지에 설치하는 '남북 공동경제 구역'으로 풀이된다. 개성공단의 일방적 가동 중단 등 정치 리스크를 줄여 기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접경지를 '산업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개발한다면 자연스럽게 군사적 긴장 완화를 이끌 수 있다.

통일경제특구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통일경제특구를 '문재인의 꿈'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 중이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파주평화경제특별구역의 조성·운영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과 '남북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 계류 상태다.

경기도 파주에는 개성공단 재개에 대비한 '개성공단지원 복합물류단지' 조성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1200억원을 들여 파주시 탄현면에 16만5000㎡ 규모로 개성공단 입주기업 생산지원시설과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남북경협으로 비핵화 여건 조성

문 대통령은 향후 30년간 남북경협의 경제적 효과가 17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170조원이라는 수치는 국책연구기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추산한 것이다. 남북경협의 양대 축이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고 북한의 일부 지하자원 개발사업을 더한 효과다. 앞서 금강산 관광으로 8900여명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개성공단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10만 명에 이르는 고용창출이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전면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때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이라며 “민족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날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 경제·교류 협력 확대를 제시하는 한 것은 북한이 당면한 비핵화 협상에서 보다 구체적인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경우, 수백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다음달 남북 정상이 3차 정상회담을 앞둔 만큼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에 따라 경협 논의 범위가 축소될 수도,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읽힌다. 최근 북한은 미국과의 기싸움 과정에서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를 망설이는 상황이다.

남북 경협 청사진은 미국에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긍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북한 비핵화조치에 대한 선물을 남북경협을 통해서도 제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 측에도 협상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할 수 있는 카드가 된다. 미국에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명분도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과 북미 간 뿌리 깊은 불신이 걷힐 때 서로의 합의가 진정성 있게 이행될 수 있다”며 “남북 간에 더 깊은 신뢰를 구축하고 북미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 노력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24시간 소통시대 기대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에 들어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며칠 후면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며 “대단히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연락사무소는 이르면 내주 개소된다. 이곳에는 남북 당국자가 상주할 예정이다. 언제라도 신속한 대면 협의가 가능하다. 지금보다 남북 간 소통 수준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광복절 경축식이 용산에서 열린 것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따랐다. 그간 광복절 경축식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됐지만 올해 용산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용산은 과거 경의선과 경원선이 출발하는 곳이었다. 문 대통령은 용산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 새로운 경제공동체로 나아가는 출발점을 제시했다.

용산은 일제강점기 일본 군사기지로 쓰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하는 이곳은 114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 비로소 온전히 우리의 땅이 된 서울의 심장부 용산”이라며 “일제강점기 용산은 일본의 군사기지였으며 조선을 착취하고 지배했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용산은 2027년까지 국가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용산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부에서 허파역할을 할 거대한 생태자연공원을 상상하면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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