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 장비사, 희비 엇갈린 상반기 실적

지난해 매출 1조원을 상회하며 시장의 주목받았던 주요 디스플레이 장비사들이 올 상반기에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 말부터 디스플레이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중국 사업 비중을 높이는 등 매출 다변화에 집중했지만 국내 투자가 급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1조 클럽' 장비사, 희비 엇갈린 상반기 실적

19일 국내 주요 장비 업체들의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3개 기업 중 2곳이 두 자릿수가 넘는 매출 감소율을 기록했다. '1조 클럽'에 가입한 3개 업체는 세메스, 에스에프에이, 톱텍이다.

에스에프에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매출 7771억원을 올 상반기에 거뒀다. 영업이익은 1120억원으로 8.5% 감소했다. 에스에프에이는 특히 국내 매출이 작년 상반기 4906억원에서 올해 2407억원으로 거의 절반 가량 줄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상반기 신규 투자가 없고 유지보수 수준의 투자만 집행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수주금액도 작년 상반기 8587억원에서 올해 4577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해외 사업 수주가 2000억원대에서 3000억원대로 성장했고 공장자동화 등 비 디스플레이 부문이 성장했지만 주요 매출군이던 국내 투자가 급감한 영향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톱텍은 올해 연간 매출 1조원 재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작년 상반기에만 8971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2069억원으로 76.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90.5% 줄어든 142억원에 그쳤다. 이 회사는 삼성디스플레이에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라미네이션 장비를 대량 공급해 빠르게 성장했다. 작년 말을 기점으로 애플 주문량이 급감해 신규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톱텍도 악영향을 받았다. 수주잔고는 전년 동기 1093억원에서 올 상반기 728억원으로 줄었다.

반면에 세메스는 상반기에 이미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매출 1조1615억원, 영업이익 157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9.2%, 35.9% 성장했다. 디스플레이 비중이 큰 에스에프에이, 톱텍과 달리 세메스는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반도체 장비 판매사업에서만 총 매출의 약 70%에 달하는 8054억원을 확보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 기조를 이으면서 가파른 성장 곡선을 잇는데 성공했다.

이 밖에 작년 1조 클럽에 근접했던 탑엔지니어링이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주목됐다. 탑엔지니어링은 카메라 부품 자회사 파워로직스를 연결자회사로 편입하고 중국 LCD 사업 실적이 성장한 효과로 단숨에 매출 상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연결 기준 작년 상반기 매출 1005억원에서 올 상반기 매출 4479억원, 영업이익은 146억원에서 228억원으로 늘었다.

<2018년 상반기 주요 장비 기업 실적표>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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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