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바리스타 청년의 꿈을 앞당겨 준 보조공학기기

[기고]바리스타 청년의 꿈을 앞당겨 준 보조공학기기

보조공학기기는 공학과 전자 기술을 활용해 노인과 장애인 재활 및 신체적 불편함을 돕기 위해 개발된 기기다. 보조공학기기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상용 기기와 신체 조건이나 작업 환경에 맞게 디자인과 기능을 조정한 맞춤 기기로 구분된다. 이러한 보조공학기기는 장애인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등 장애인 근로자 사회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기초적인 보조공학기기 외에도 기계공학과 로봇공학 등이 융합된 보조공학기기가 개발·보급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차량용 보조공학기기도 다양하게 개발돼 장애인의 직장 생활과 일상을 윤택하게 해 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보조공학기기와 스마트폰이 블루투스를 통해 연동되는 '스마트 보조공학기기'도 개발돼 많은 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장애인 직업 생활을 돕기 위한 보조공학기기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장애로 인해 직업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근로자를 위해 사무용, 작업용 등 다양한 보조공학기기를 구입·제작하거나 개조해서 무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매년 보조공학기기는 약 8000점이 장애인에게 지원되고 있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맞춤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해 준 근로자 가운데 기억에 남는 사례를 소개한다.

자폐성장애 2급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바리스타 차지훈 씨가 주인공이다. 차씨는 바리스타로 카페에 근무하기까지 많은 훈련과 적응 과정을 거쳤다. 그는 1년 넘게 바리스타 교육과 직업 훈련 과정을 이수했다. 그러나 실전 현장인 카페에서 근무하면서부터 두려움과 걱정거리가 생겼다.

그가 바리스타로서 커피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주문을 직접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로 인해 타인과 대화를 능숙하게 할 수 없다 보니 고객 주문을 받고 결제해야 하는 일은 그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게 됐다.

이러한 차씨에게 공단에서는 맞춤 보조공학기기인 '양방향 POS'를 제작, 지원하기로 했다. 양방향 POS는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음료를 터치스크린으로 직접 주문하고 바코드 리더기로 결제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주문 업무가 부담스러운 차씨에게 딱 맞는 보조공학기기다.

양방향 POS로 주문에 대한 어려움과 두려움을 덜게 되자 차씨는 바리스타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실수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돼 업무 자신감도 한껏 올라갔다. 미래에는 더 큰 커피 전문점에서 경험을 쌓고 나아가 자신만의 카페를 갖고 싶다는 차씨의 먼 미래를 그려 보니 그에게 양방향 POS는 보조공학기기 이상 의미를 갖는다.

차씨 사례처럼 보조공학기기 지원 서비스가 활발해지면 이를 통해 중증장애인 취업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업 장애인 고용도 활발해 질 수 있다. 다행히 보조공학기기 지원 사업 품목이나 규모는 매년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보조공학기기 관심과 발전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장애인 취업이 불가능한 직업 영역이 사라질 수도 있다.

매년 대한민국에서는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가 개최된다. 박람회에서는 장애인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보조공학기기는 물론 직업 생활을 도와주는 다양한 보조공학기기가 전시된다. 또 참가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우리는 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기기를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라고 부른다.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계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촉진국장 kyechon@kea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