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이번에도 '돈 풀기'...소득주도성장 등 일자리·경제 정책은 '고수'

당정청이 19일 고용대책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발표한 일자리 대책은 이번에도 '돈 풀기'였다.

지난 1년 간 34조원 예산을 투입하고도 고용상황은 악화됐지만, 해결책은 내년도 재정 기조를 올해보다 '확장'한다는 것에 머물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 철회와 기업 친화 정책 추진 등 경제 전문가의 일자리 정책 전면 수정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고수하기로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당정청 긴급회의 브리핑을 통해 최근 고용 부진은 △구조조정과 자동화 등 업계상황 △생산가능 인구 감소 등 인구적 요인 △정책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친노동, 반기업 경제정책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일부 주장을 사실상 일축했다.

야당은 즉각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전부 세금으로 메꾸려 한다고 꼬집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경제위기의 주된 원인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며 “지금이라도 환상에서 벗어나 규제혁신과 투자 활성화, 노동시장 개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의 근본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가 살아나야 일자리도 늘고 소득도 늘어난다고 부연했다.

당정청은 추가경정예산 사업 집행실적을 점검하고 4조원 규모 재정 패키지도 신속히 검토하기로 했다. 내년도 재정기조를 보다 확장적으로 운용한다. 올해 증가율 12.6%보다 높게 편성한다. 앞서 '돈 풀기' 일자리 정책이 한계점에 왔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새로운 대안을 제사하지 못했다.

정부는 일자리 대책에만 1년 사이 총 34조원(올해 본예산 19조2000억원, 지난해·올해 추가경정예산 14조8000억원)을 투입했지만 고용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정부가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일자리가 생긴다”면서 “재정 투입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업을 위해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하는 한편 정책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청은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개선과 미래 성장동력 투자 등에 속도를 낸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전략투자별 로드맵을 조성하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소상공인·최저임금 보완 대책도 차질없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경제 활성화 위한 생활밀착형 SOC 예산도 대폭 확충한다.

그러나 일자리 정책의 파트너인 기업 친화 정책은 이번에도 없었다. 일자리는 민간기업에서 나오는데 정책 기조 초점이 재벌 개혁에 맞춰져 '기업 옥죄기'가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의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지난 1년간 정부의 경제정책은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지난 2년간 기업에 힘을 보태주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은 전무했다고 꼬집었다.

추 의원은 “노동과 교육, 공공, 금융 등 강도높은 구조개혁과 규제개혁, 서비스산업 발전을 통한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이해찬 의원은 “일자리 쇼크는 지난 10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성장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일자리 감소는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행보가 주목된다. 23일 통계청이 올해 2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을 발표한다. 악화된 고용상황 속에서 가계동향까지 낮은 성적표를 받게된다면 정부 경제정책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민심은 물론이고 여론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최악의 고용쇼크를 타개하기 위해 규제개혁 등을 추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민선 7기 제1차 전국 시·도지사들과 간담회를 개최하한다. 지역 일자리 문제를 점검, 신규 일자리 창출 방안을 협의한다. '광주형 일자리'를 롤 모델로 삼아 지역 전반으로 확산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대타협'으로 임금을 낮춰 지역 일자리를 배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규제개선 현장 방문도 이어간다. 문 대통령은 이달 7일 인터넷 전문은행 관계자들과 만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제한) 규정을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바 있다. 규제 혁신의 연장선장에서 이번주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는 개인정보보호 분야 규제 완화 필요성을 설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 등 신산업 규제를 줄여 '민간 일자리' 창출도 적극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주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 혁신 현장 방문이 예정돼 있다”며 “다만 아직 개인정보보호 관련해 빅데이터 등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다룰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공동취재 성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