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담합사건, 검찰이 조사·기소…37년 만에 전속고발제 상당 부분 폐지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독점 권한을 37년 만에 내려놓는다. 검찰이 공정위와 동시에 담합 기업의 자진신고 정보를 전달받아 중대한 사건은 조사·기소한다. 공정위뿐만 아니라 검찰까지 담합 사건 조사에 나서면서 기업 자진신고 위축이 우려된다. 이런 지적을 반영, 자진신고 기업에는 종전 과징금 면제 혜택과 함께 기소 면제 등 형벌 감면을 적용하기로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의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에 서명했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으로 금지한 담합 가운데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의 경우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법 등 6개 법률은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1981년 공정거래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공정위는 전속고발제를 규정한 6개 법률 대부분(공정거래법 중 담합 행위,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대규모유통업법, 표시광고법, 하도급법 중 기술탈취 행위)에서 고발 독점 권한을 내려놓게 됐다.

박 장관은 “중대한 담합은 전속고발제를 폐지,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바로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검찰은 이번 합의 정신에 따라 중대한 담합 행위는 신속히 수사,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속고발제 폐지에 발맞춰 리니언시(자진신고자감면제)도 개편한다. 리니언시는 담합 기업이 공정위에 위법 사실을 자진신고하면 과징금 등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자진신고 접수 창구는 종전대로 공정위가 맡지만 해당 정보는 실시간 검찰과 공유한다. 검찰은 '중대한 사건'인 경우 우선 수사에 나선다. 나머지 자진신고 사건은 공정위가 맡는다.

김 위원장은 “대부분 자진신고 사건은 공정위가 우선 조사한다”면서 “국민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하거나 사회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은 사법 당국이 우선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자진신고 위축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정위와 검찰이 다르게 판단해서 처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법무부는 자진신고 위축을 막기 위해 종전대로 행정처분(과징금 미부과 등)을 면제하고 형사처벌도 추가 감면하는 법 규정을 마련한다. 1순위 자진신고 기업은 과징금·기소가 모두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명식에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전속고발제 폐지, 담합 등 법 위반 과징금 상향,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 일원화 등에 합의했다.

당정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 30%, 비상장 20%에서 상장·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이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이다.

담합, 시장 지배력 남용 등 법 위반 시 과징금은 최고 한도를 두 배 상향시킨다. 벤처지주회사 설립 자산 총액 요건을 완화시키는 등 벤처지주회사 제도 활성화를 추진한다.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법·제도 완성을 위해 발의된 상법 개정안 처리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융 당국의 금융그룹 통합감독제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제도가 잘 작동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