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가임대차법은 요술방망이인가

서울. 10명 남짓 한 영세 공장 사연은 이랬다. 거래처 확보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최저임금 여파로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납품 기일을 맞추지 못했고, 거래처 유지도 어려웠다. 공장에서 일하는 40~50대 여성 근로자는 최저임금을 받지 않아도 좋다고 했지만 결국 3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남은 이들은 최저임금을 보장받았다.

[기자수첩]상가임대차법은 요술방망이인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시름이 깊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기엔 가혹했다. 영세 자영업자 비율이 비정상으로 높은 우리나라 현실이다.

기본 생활 여건을 보장하는 최저임금마저 지급하지 않은 사용주는 반성해야 한다. 누군가 말처럼 능력이 안 되면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하는 것이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사회 분위기와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일자리·경제 정책 논란을 두고 “문재인 정부는 보궐로 집권한 정부다. 그렇다 보니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려가 커지자 여당도 중소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상가임대차보호법이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확대 및 권리금 보호를 위한 법안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다수가 타인 소유 건물에서 사업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문제는 상가임대차보호법만 통과되면 만사가 해결될 것이라는 여당의 자세다. '고용 쇼크'로 불리는 현 일자리·경제 상황은 한 가지 문제만 해결된다고 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당은 국회 내 상가임대차보호법 통과만이 고용 쇼크를 해결할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원성이 높아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달래는데 급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발표한 세무조사 면제도 마찬가지다.

톱니바퀴는 하나의 톱니만이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돌아가지 않는다. 동력이 전달되지 않는다. 기업 생태계에 힘을 불어넣는 근본 대안과 해결책 고민이 시급하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