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박혜린 이노마드 대표 "흐르는 에너지를 찾아 새로운 가치를 만들 것"

“남인도 산골의 오지에서 만난 소년에게 카메라를 선물해주려고 했습니다. 가난한 농부로 정해진 인생이 이 카메라 하나로 크게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하지만 그 마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험은 제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는 에너지 접근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휴대용 조류(수력) 발전기 '이노마드 우노'를 개발했다. 값싸게 대규모 전력을 생산하는 기존 기술과 달리 작지만 정말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전력을 만드는 기술이다. 강·계곡·하천 등 흐르는 물을 이용해 필요한 전기를 직접 만들어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충전한다.

박 대표는 “처음부터 사회적인 가치를 만드는 소셜벤처를 표방하기 보다는 개발도상국에서 분명 큰 수요가 있을 것이라 봤다”며 “미국 아웃도어 캠핑 시장에 제품을 판매한다고 하니 일부 비난도 있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지속적으로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비즈니스로 개발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 캠핑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자생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자 개도국을 지원하는 국제기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노마드 다음 목표는 개도국이다. 단순 전력공급 솔루션 제공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활동 수단이나 양질의 교육 제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염두에 뒀다.

박 대표는 “아프리카 케냐와 같이 경제·교육·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와 도시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은 80%가 넘는다”며 “저가형 기기, 인터넷 보급으로 사용자가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력공급은 부족하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전 세계에 흐르는 강을 찾아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가 따르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목표와 가치 실현을 위해 치열하게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