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정부 전방위 압박에...구글 '게임 독점' 균열 조짐

공정위, 불공정경쟁 여부 조사...시장포화로 수수료 불만도 커져

구글이 사실상 장악한 국내 게임 플랫폼 시장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 구글에만 의존하던 메이저 게임사 역시 원스토어 같은 토종 게임 플랫폼에 게임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스마트폰에 대한 앱 선 탑재 논의도 시작했다.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대응이 주목된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구글·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 이외의 앱 마켓에 게임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게임사는 최근 3년 동안 자사 주력 모바일게임을 구글과 애플에만 출시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도 협의 폭을 넓혔다. 앱 마켓을 통하지 않고 선 탑재 형식으로 게임을 직접 내려 받게 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구글의 게임 시장 불공정 경쟁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 등 조사에 진전을 보였다. 구글 눈치를 보던 게임사 부담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넥슨은 이르면 8월 말 자사가 배급하는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카이저'를 원스토어에 출시한다. 원스토어는 네이버를 비롯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지분을 나눠 가진 토종 안드로이드 마켓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구작을 중심으로 자사 게임을 글로벌 플랫폼 외 앱 마켓에 출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글로벌 플랫폼에 우선 순위를 두고 출시 전략을 짜는 것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원스토어 등 다른 마켓에 게임을 내는 것 역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대기업 게임사 중심으로 자사 스마트폰에 게임을 선 탑재해서 제공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안에 일부 회사가 긍정 회신을 보냈다. 한 대기업 게임사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하드웨어 제조사와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마켓을 다양화하고 늘려 가는 차원의 시도”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바람이 불었다. 선례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에픽게임즈는 이달 갤럭시S7 이상 스마트폰에 모바일 슈팅게임 '포트나이트' 게임런처(다운로드·실행앱)를 선 탑재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별도 앱마켓을 통하지 않고 해당 게임 홈페이지에서 설치 파일을 받는 방식이다.

모바일게임 유통에서 구글에 주도권을 주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외신에 따르면 포트나이트는 iOS 버전 출시 후 90일 동안 1억달러 매출을 올렸다.

콘텐츠에 자신 있는 대형업체들이 먼저 '탈 구글'에 나선 것이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이달 초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이용자가 3자의 간섭없이 직접 게임을 접하게 하고 30% 수수료를 내야 하는 현재 (앱마켓) 생태계를 바꾸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 2018 전경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 2018 전경

게임업계는 그동안 3자 마켓 출시는 추가 개발이 필요하고, 글로벌 진출에 협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글 앱마켓을 최우선으로 게임을 제작했다. 매출 30%에 이르는 구글 수수료나 독점 출시 압박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기업 이익에 묻혔다.

게임사 관계자는 “포화 상태를 맞은 게임업계가 영업 이익 높이기에 나서며 일단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다시 커지는 상황”이라면서 “큰 기업이 움직이면 중소형 기업이 따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정부 기조와 무관치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구글의 불공정 행위 여부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구글이 자사 마켓 독점 출시 게임에 피처드(메인페이지 추천) 등 혜택을 더 준 정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일부 사안에 대해 자료도 수집했다. 구글 입장에서는 원스토어나 삼성전자 반격에 함부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앱마켓 점유율은 구글 60.7%, 애플24.5%, 원스토어 11.6% 순이다. 원스토어는 2015년 출범 당시 점유율 12.8%를 지키지 못했다.

구글은 지난해 '리니지M' '리니지2레볼루션' 등 모바일 MMORPG 대형 흥행으로 국내 거래액만 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2조원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구글 입장에서는 글로벌 평균에 비해 점유율이 낮은 애플보다 토종 앱마켓이 더 불편한 존재다. 원스토어는 올해 수수료를 최대 5%로 인하하고 외부 결제 시스템 도입을 허용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다. 점유율 30%를 목표로 잡았다. 구글 점유율을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