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16개월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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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살림살이가 나빠졌다. 저·중소득층 벌이는 줄고 고소득층 수입은 늘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 우리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는 빠르게 늘어 15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2인 이상 가구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2분기 5.23배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5.24배) 이후 같은 분기 기준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 소득을 하위 20%(1분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것이다. 지난 1분기 5분위 배율은 5.95배로 더 높아 2003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2분기 수치는 1분기보다 개선됐다. 그러나 소득은 계절성이 있어 같은 분기 비교가 합리적이라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2분기 기준 '10년 만의 최고치'는 소득 불평등이 크게 악화됐음을 뜻한다.

저소득층 소득은 줄고 고소득층은 늘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 저·중소득층인 1·2·3분위 소득은 전년 대비 모두 줄었지만 고소득층인 4·5분위는 늘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조선업·자동차 업황 악화로 내수 부진이 이어져서 영세 자영업자 중심으로 소득이 현저히 감소했고, 취업자도 많이 줄었다”면서 “반면에 4·5분위는 사업 소득이 양호했고, 취업자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계 빚은 빠르게 늘어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날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분기 가계신용은 전년 동기 대비 7.6% 늘어난 1493조2000억원이었다. 가계 빚은 조만간 1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대출 규제 효과로 증가율은 다소 둔화했다. 그러나 2015년 3분기부터 12분기 연속으로 100조원대를 웃도는 증가액을 기록했다. 소득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른 상황도 계속됐다.

문소상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가계부채가 5월 연휴, 월드컵 등 계절 요인으로 전 분기보다 확대됐지만 연간으로 따지면 둔화세”라면서도 “가계신용 증가세가 가계소득 증가세를 앞지르고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지표 악화로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내에서도 관련 '불협화음'이 감지된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종전 정책 방향을 고수하고, 효과가 미미한 '돈 풀기'를 내년에 강화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2019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를 갖고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확충,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내년 재정을 최대한 확장 운용하기로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확장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 추진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일자리 예산을 역대 최고치로 확대해 민간·공공 기업 일자리 창출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소득 주도 성장, 확장 재정 정책을 비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돈만 써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문 대통령이 새로운 경제 프레임을 짜겠다는 용기를 내면 한국당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