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욕 먹이는 e스포츠 명예의전당 홈페이지

'e스포츠 명예의전당' 기록보관소(아카이브) 자료에 오류가 다수 발견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e스포츠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 선수 정보를 내리고 오류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명예의전당을 전시와 '데이터 보존 장소'로 활용하겠다는 문화체육관광부 계획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수억원을 들여 세계 최초로 설립한 '명예의전당' 데이터베이스(DB)에 '잘못된' 전·현직 프로게이머 소개 정보가 가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e스포츠 명예의전당은 전·현직 프로게이머 114명을 네티즌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문제가 된 사항은 동명이인 정보 혼재, 조롱 의미로 불린 별명 기재, 주요 경력 미기재 또는 오기 등이다.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최인규(댄디) 정보에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최인규(ChRh) 아이디가 적혀 있다. 출생연도도 1994년 대신 1981년이라고 기재됐다. 박재혁(룰러)도 마찬가지로 동명이인을 혼동했다. 2016 블리즈컨 스타크래프트2 우승자 변현우(변)란에는 이름만 같은 프로토스 박현우 닉네임 '꼬부기'가 들어가 있다.

이호진 선수 별명은 팬 사이에서 조롱 의미로 사용됐던 별명이다.
이호진 선수 별명은 팬 사이에서 조롱 의미로 사용됐던 별명이다.

팬들이 조롱 의미로 부르는 별명도 DB에 올랐다.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이호진(호진) 별명은 '조토진'으로 기재됐다. 경기를 잘하지 못할 때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한 별명이다. 이호진에게는 팬들이 애정을 담아 불러주는 문어라는 별명이 있다. 이지훈(이지훈), 송경호(스멥), 이서행(쿠로)도 질이 좋지 못한 별명이 선택됐다. 장건웅(웅) 같이 긍정적 별명이 없는 선수란은 공란으로 비워둔 것과 대비된다.

e스포츠 선수는 팬과 교감을 많이 나눠 별명이 많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강민은 광통령·몽상가·날라토스 등 일반형 별명 외에도 애정을 담아 놀리는 콧물토스·쿰쿠는토스가 있고, 조롱 의미를 담은 가정부·광민·광탈모 등이 있다. 다양한 별명이 생기는 생태계에서 굳이 조롱 투 별명을 올린 것에 많은 팬이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e스포츠 팬은 “생각 없이 기재했다”면서 “나를 시켰어도 이것보다 잘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명예의전당 운영 핵심인 주요 경력도 곳곳에서 기재 오류가 발견됐다. 전통 스포츠 업계가 주목하는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이상혁(페이커) 경력은 2013년에서 멈췄다. 전 CJ프로스트 멤버 수상 경력도 오기다. 아주부 챔피언십 서머 2013 우승팀으로 기록됐다. 2013년 서머 시즌은 핫식스가 메인스폰서이며, 우승팀은 SKT T1이다.

기본 데이터도 입력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서든어택 선수 강건, 김지웅, 문학준, 석준호는 출생 연도가 빠진 채 수상 기록만 남아 있다. 이는 서든어택뿐만 아니라 관심이 다소 떨어지는 히어로즈 스톰, 던전 앤 파이터도 마찬가지다.

e스포츠 아카이브 및 전시관에 필요한 자료 수집 절차 (출처= 나라장터)
e스포츠 아카이브 및 전시관에 필요한 자료 수집 절차 (출처= 나라장터)

e스포츠 명예의전당은 문체부가 정책 결정을 하고 한콘진이 사업 계획을 수립, 사업자를 선정해서 관리·평가·검수한다. 업계는 데이터가 부실한 이유로 위탁 업체가 수집·입력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e스포츠 명예의전당 전시관 및 아카이브 구축 운영 위탁용역으로 2017년 4억5000만원, 2018년 3억7200만원이 배정됐다. 공개 입찰을 통해 2017년 M사, 2018년 B사가 각각 선정됐다. 이들은 e스포츠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자료 수집·편집 용역을 맡았다.

한콘진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실물 전시관 개장 전 전시콘텐츠 오류를 잡기 위해 수차례 전문가 검토 및 수정을 거칠 정도로 운영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5월 시범 운영을 시작했음에도 DB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해 갈 길이 없어 보인다.

한콘진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오류 내용을 즉각 반영해 빠른 시일 내 재개방할 수 있도록 전수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전문가 검수 위원회를 거쳐 검수를 강화하고 해당 선수에게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